민혁(10)이는 희소병인 폼페병 환자다.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초등학교 입학 후 체육 시간마다 힘들어졌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3년 만에 병 진단을 받고 치료하고 있다. 폼페병 환자는 민혁처럼 진단이 늦어져 환자가 몇 년 동안 병원을 전전하는‘진단 방랑(diagnostic odyssey)’을 하기 일쑤다.
폼페병은 4만 명에 1명꼴로 발생하며, 근육 속 글리코겐을 분해하는 효소가 결핍돼 노폐물이 쌓여 발생하는 리소좀 축적 질환의 하나다. 리소좀은 체내에 들어온 노폐물을 분해하는 일종의 몸속 쓰레기 소각장이자 재활용 처리 시설인 셈이다.
폼페병 증상은 매우 다양해 근육 약화로 계단을 오르기조차 힘들거나, 알 수 없는 피로감, 호흡 곤란, 수면무호흡증 등이 나타난다. 점점 증상이 심해지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조기 진단해 치료하면 일상생활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병이 악화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진단이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폼페병 환자는 40명에 불과하지만 실제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에 10년 정도 걸리는 일이 빈번하다. 이 때문에 세계폼페병협회는 4월 15일을 폼페병의 날로 정해 질환 인지도를 높이는 활동을 펴고 있다.
폼페병을 조기 진단하려면 신생아 선별 검사(Newborn screeningㆍNBS)를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신생아 선별 검사는 6개 희소 질환 환자는 무료로 받을 수 있지만, 폼페병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아 10만 원 정도 부담해야 한다.
폼페병은 증상 발현 시기에 따라 영아ㆍ조기 발병형과 후기 발병형으로 나뉜다. 영아ㆍ조기 발병형 폼페병에 걸린 아이는 온몸의 근육 긴장도가 떨어져 고개를 가누기 어렵고, 아이의 양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들어올리면 다리가 축 늘어지며 심장비대증 증상을 보인다. 그 증상이 매우 빨리 진행되므로 1세 이전에 대부분 호흡기 부전으로 사망한다.
후기 발병형 폼페병은 생후 1년 이후에 발생하며 고령인에게도 나타난다. 첫 증상은 주로 근육이 위축돼 몸통과 팔다리가 축 늘어진다. 영아ㆍ초기 발병형 폼페병보다 진행이 느리며, 심장비대증은 나타나지 않는다.
후기 발병형 폼페병은 혈액검사에서 크레아틴 키나아제와 간세포 효소 수치 등이 상승하면 의심해 볼 수 있다. 근육 세포가 손상됐을 때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폼페병이 생기면 근육의 일종인 횡격막이 약해져 환자 3명 중 1명은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다행히 폼페병은 불치병이 아니다. 조기 진단하면 일상생활도 가능하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효소 대체 요법이다. 결핍된 효소를 대체해 그 역할을 보완하는 치료법이다. 알글루코시다제알파가 유일한 폼페병 효소 대체 요법 치료제로 2012년 국내 승인을 받았다.
오지영 세브란스병원 어린이병원 임상유전과 교수는 “폼페병은 치료제가 개발돼 있는 만큼 조기 진단에 의한 임상적 혜택이 매우 크고 명확하므로, 신생아 선별검사를 포함한 조기 진단의 절차와 제도의 구축,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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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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