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우리 둘’ (Two of Us) ★★★★★(5개 만점)
▶ 두 여배우의 연기 돋보인 수작 ‘사랑은 육체적 한계마저 극복’

마도(왼쪽)와 니나는 남들이 모르게 수십년간 뜨거운 연인으로 지낸다.
나이 먹은 두 여자의 비밀과 거짓으로 감추어놓은 수 십 년간에 걸친 뜨거운 동성애를 냉정하면서도 정열적이요 생명력 강하게 그리면서 아울러 스릴러 분위기마저 갖춘 독특한 프랑스 영화다. 둘의 사랑이 뜻밖의 비극적 사건으로 방해를 받으면서 이를 회복하려고 몸부림치는 적극적인 여자와 그의 보다 보수적인 연인의 관계가 두 여배우의 심오한 연기에 의해 아름답고 내밀하게 그려진 수작이다.
감정적 접근을 위한 욕망과 바른 연결과 진정한 사랑은 사회적 육체적 한계마저 극복한다는 사랑은 모든 것을 너머 선다는 얘기로 자칫하면 멜로드라마가 될 수도 있는 소재를 이 영화로 감독(각본 집필 겸)으로 데뷔한 이탈리아 감독 필리포 메네게티는 냉철한 시각으로 포착하고 있다.
처음에 두 소녀가 술래잡기 놀이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이는 프랑스 한 도시의 아파트 같은 층에 복도를 사이에 두고 이웃에 사는 니나(독일 베테런 배우 바바라 주코바)와 마도(마르틴 슈발리에)의 숨겨둔 관계를 상징한다. 둘은 수 십 년간 뜨거운 관계를 유지해온 연인 사이로 마도는 이런 사실을 자신의 장성한 두 남매에게 숨기고 있다. 니나는 자유혼을 지닌 공격적인 사람인 반면 니나보다 연상인 마도는 조용하고 차분하다.
어느 날 마도는 니나에게 가재도구를 다 팔고 두 남매에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한 뒤 둘이 늘 얘기하던 보다 자유로운 로마로 가서 살자고 다짐한다. 그러나 마도가 이런 약속을 최후의 순간에 어기면서 니나가 격분한다. 니나의 이런 반응과 함께 그 동안 거짓과 비밀 속에 살아온 자기 삶이 주는 스트레스로 인해 마도는 뇌일혈을 일으켜 말을 못하고 몸도 마음대로 못 쓰게 된다.
일단 마도는 병원에 입원했다가 아파트에 돌아와 간병인 뮈리엘(뮈리엘 베나제라프)이 돌보게 되는데 이에 마도에의 접근이 금지된 니나가 개입을 시도하면서 뮈리엘과 충돌하게 된다. 니나가 문의 구멍으로 마도를 정탐하고 또 마도의 아파트 문에 귀를 대고 엿들으면서 마도에게 접근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가슴을 찌른다. 그리고 니나의 계략에 넘어간 마도의 딸 안(레아 드뤼케)은 뮈리엘을 해고 한다.
마도가 말을 못하고 몸을 못 쓰게 되는 영화 후반 들면서 영화는 니나의 독무대가 되다시피 하는데 이런 연기를 주코바가 강인하고 분주하게 하는 반면 슈발리에는 눈과 입의 표정 연기로 대조적인 모습을 잘 표현한다. 요양원에 들어간 마도를 니나가 빼돌려 둘이 아파트로 돌아와 춤을 추는 마지막 장면이 애잔하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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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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