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개의 눈’ (Twenty-Four Eyes·1954) ★★★★★(5개 만점)
▶ 군국주의 상황 속 변해가는 군상, 제자들과의 관계 연대기식 담아…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

여선생님과 12명의 어린 제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일본 판 ‘섬마을 여선생님’ 얘기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상적이요 아름답고 따스한 드라마다. 게이수께 기노시따 감독이 만든 흑백화면이 눈부시게 고운 우아하고 감동적인 영화다.
내륙해의 한 평화로운 작은 섬마을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1928년부터 시작해 2차 대전 후까지 이어진다. 이 섬마을에 부임한 아름다운 여선생님 히사꼬 오시(히데꼬 다까미네)와 그가 가르치는 12명의 여섯 살짜리 소년소녀 제자들과의 관계를 연대기 식으로 엮었다. 이와 함께 자기 직업과 도덕성에 대한 불굴의 다짐과 함께 늙는다는 것과 전쟁과 죽음을 명석하게 조망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히사꼬의 관점에 의해 묘사된다. 히사꼬의 제자들이 커서 전쟁에 나가 그 중 일부는 전사하고 섬마을 사람들이 가난과 군국주의 통치에 시달리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히사꼬는 자기가 아이들에게 소개한 책이 공산주의 불온서적이라는 이유로 교직에서 강제로 물러나면서 이제까지 그가 이뤄놓은 마을의 조화가 깨어진다. 이런 히사꼬의 운명과 12명의 제자들의 운명이 겹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극적인 드라마를 이뤄나가는데 이런 얘기가 단순하면서도 가슴을 떨게 만드는 화법과 스타일로 그려졌다.
영화가 강조하는 것은 나라가 점차 군국주의화 하는 상황 하에서 전통적 일본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과 함께 이들 가치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어떻게 여선생님과 그의 남편과 제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모두 나이가 들면서 이상은 깨어지고 타협을 이루고 또 아름다운 것은 추한 것에 종속되는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민감하게 그린 뛰어난 영화다. 영화는 히사꼬와 제자들 간의 감동적인 재회 장면으로 끝이 나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영화로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들 중의 하나다. DVD로 나왔으니 꼭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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