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7일 오전 11시 30분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여느 주말처럼 조용하던 뉴욕시가 서서히 들끓기 시작했다.
거리를 지나던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대기 시작하고, 행인들은 휴대전화를 확인하더니 환호성을 내거나 손뼉을 쳤다.
경적이 조금씩 커질 무렵 집에서 쉬고 있던 시민들이 하나둘 아파트 발코니로 나와 함성을 질렀다. 흥에 겨워 부엌에서 프라이팬이나 냄비를 들고나와 북처럼 치는 뉴요커도 있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 승리를 확정했다고 방송들이 일제히 보도한 직후였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큰 뉴욕에서는 지난 4년을 통틀어 가장 반가운 뉴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욕의 중심으로 꼽히는 타임스스퀘어는 곧바로 축제의 무대로 변했다.
이날 오후 찾아가 본 타임스스퀘어에는 래퍼 제이지와 가수 얼리샤 키스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고, 이 노래 후렴구인 "뉴욕, 뉴욕"을 따라 부르며 기쁨을 만끽하는 시민들로 넘쳐났다.
집회·시위를 주도하는 사람도 없고, 공식 축하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도 없었지만 수백명의 시민들은 제각각 춤을 추거나 사진을 찍으며 자연스럽게 하나가 됐다. '바이든 승리, 트럼프 패배'를 함께 기뻐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을 하나로 강하게 이어주는 끈이었다.
베이지역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샌프란시스코 돌로레스 공원, 캐스트로 지역 뿐 아니라 오클랜드 레이크 메리엇 인근 등 곳곳에서 환호의 댄스파티가 이어지는 등 7일 축제 분위기를 보였다.
샌프란시스코 캐스트로 지역에서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낮부터 밤까지 춤을 추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베이지역 출신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이름을 외치며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SF주민들은 오전 8시 30분부터 밖으로 나와 샴페인을 터뜨리고 아이들과 반려견 등 온가족을 대동해 춤을 추고 서로 팔꿈치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기쁨을 만끽했다. 일부는 자신의 주택과 아파트 창문으로 국기를 휘날리며 승리의 팡파레를 터뜨렸다.
'행복'과 '안도'가 공존한 이날 현장에서 주민 아이비 슈레걸은 "이제야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며 "벅차오를 만큼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제시 샌포드는 "지난 4년은 매우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다"며 특히 베이지역 출신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에 "자랑스럽다"며 벅찬 감동을 전했다. 이날 곳곳에 경찰이 배치됐으나 주요 사건사고 없이 잘 마무리됐다.
오클랜드 레이크 메리엇 역시 바이든-해리스 승리를 축하하는 기념 파티가 벌어졌다. 그랜드 애비뉴에서 군중들이 춤을 추고 지나가는 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이에 호응했다. 특히 이스트베이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을 축하하기 위해 어릴적 그가 살던 버클리 2층 아파트에 100여명이 몰려 환호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이 다녔던 버클리 '사우전드 오크' 초교에는 벽화 옆에 '마담 VP'라는 사인이 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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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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