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골프를 즐기는 한인들 사이에서 골프장 예약하기가 예전처럼 수월하지 않다는 푸념들이 나오고 있다. 프라이빗 골프장과 퍼블릭 골프장 할 것 없이 똑같다. 골프장 출입 규제가 풀린 이후 수많은 골퍼들이 몰려나오면서 생긴 현상이다. 팬데믹 이전에는 어느 때건 그냥 나가서 칠 수 있었던 골프장들조차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라운딩을 하기 힘들어졌을 정도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게 되면 당연히 가격이 영향을 받는다. 골퍼들이 몰리면서 일부 골프장들은 은근슬쩍 그린피를 올리고 있다. 또 방역 안전을 위해 1인 1카트가 의무화되면서 골퍼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거의 모든 업종이 직격탄을 맞은 팬데믹 시기에 골프장이 이 같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대부분의 야외활동이 제약돼 있는 상황에서 골프는 규제나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야외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야외로 나갈 수 있고, 다른 이들과 어울릴 수 있으며, 안전하다는 느낌으로 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이 팬데믹 시기의 골프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오랜 집안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답답함을 털어내려 앞 다퉈 골프장 나들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팬데믹 시기의 골프의 치솟는 인기는 수치로 확인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강타한 팬데믹 초기 골프장들은 코스 폐쇄와 골퍼들의 기피 등으로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 3월과 4월 두 달 동안 팬데믹으로 미국 골프장들이 입은 피해는 식음료와 리테일을 빼고도 10억 달러로 추산된다. 라운드 수로 따지면 2,000만 라운드에 해당한다.
하지만 골프장 폐쇄가 풀리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5월 들어 골프장을 찾는 골퍼가 2019년보다 6% 늘더니 6월 14%, 7월에는 무려 20%가 급증하는 이례적인 추세가 나타났다. 8월 역시 7월과 비슷한 증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월별 골퍼수가 20% 이상 늘어난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올 한해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2% 이상 라운드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 봄 혹독했던 두 달을 고려해본다면 놀라운 실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팬데믹 이전 골프업계는 극심한 부침에 시달려왔다. 미국 골프의 황금기는 타이거 우즈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5년 전후로 당시 미국의 골프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3,00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가 시작되면서 골프인구도 위축됐다. 2010년 2,610만 명으로 줄어든 골프인구는 2018년 2,400만 명으로까지 떨어졌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젊은 층이 골프를 기피한 것도 이유 중 중 하나였다.
그런데 팬데믹 골프장에서는 젊은 골퍼들이 확연히 늘어난 것을 보게 된다. 시간은 많아지고 별로 할 일이 없어 무료해진 젊은이들이 골프장을 찾고 있는 것이다. 가족 단위 라운딩이 늘면서 나이어린 주니어들도 속속 골프에 입문하고 있다. 이들은 골프업계의 미래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현황에 주식시장 동향만큼 민감한 데는 없다.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같은 브랜드를 갖고 있는 아쿠쉬네트 홀딩스의 주가를 살펴보면 골프의 부활을 실감하게 된다. 이 기업의 주가는 팬데믹으로 골프장들이 문을 닫고 있었던 지난 3월23일 주당 21.15달러로 최저점을 찍었다. 하지만 9월8일 주가는 34.28달러로 무려 60% 가량 뛰었다. 그만큼 수요전망이 밝다는 얘기다.
골프업계의 극적인 회생을 보면서 떠올리게 되는 말은 ‘전화위복’이다. 지난 봄 골프장들은 여름의 르네상스를 예견하고 있었을까. 이처럼 모든 현상에는 사이클이 있는 법이다. 그러니 단기적 요동에 너무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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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활동이 정상화되면 골프는 다시 침체되지 않을까? 요즈음 실제로 치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시청율은 급감했다고 본다. 수백년 동안 내려오는 전통과 관행이 골프를 좀먹고 있다. 멀리 내다보면서 인기를 얻을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