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은 일주에 한 번 ‘스크린 타임’을 알려준다. 전화기 주인이 지난주에 하루 평균 몇 시간 정도 저를 이용했는지 스스로 계산해서 전해주는 것이다. 집도 스마트폰처럼 스마트하게 집 주인이 하루 몇 시간 집에 머물렀는지, ‘스테이-앳-홈 타임’을 재서 알려준다면 결과가 어떨까. 절대 다수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엄청 늘었을 것이다.
우선 집 밖으로 나갈 데가 없다. 마켓 갈 때 잠깐, 산책할 때 잠깐 말고는 거의 집을 벗어날 일이 없는 사람도 있다. 직장을 잃거나, 재택근무로 돌아선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하숙생처럼 집에서는 잠만 자고 바삐 돌아다니던 사람들도 대부분 집콕이다. 코비도-19는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더 크게 다가오는 때이기도 하다. 지금보다 집이 더 좀 넓었더라면, 기왕이면 풍광 좋고 한적한 데 집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외부와 격절된 채 집 앞에 망망대해가 펼쳐지는 말리부 바닷가의 게이트 커뮤니티는 요즘 같은 때 주거의 로망이 될 수 있겠다. 샌타모니카 쪽에서 1번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를 타고 올라가면 페퍼다인 대학 가기 5분쯤 전, 바닷가 쪽으로 스테이트 비치인 말리부 라군을 끼고 있는 말리부 콜로니는 그런 곳 중 한 곳이다.
전체가 120가구 정도인 이곳은 돈 걱정 없는 부자들이 올해 같은 때 여름 한 철을 안전하게 보내기에 적당한 피난처 같은 곳이다. 렌트 수요는 많은 데 집은 한정돼있어서 올 여름 렌트비는 폭등했다. 올해 렌트비는 한 달에 8만달러에서 최고 25만달러에 형성됐다고 한다. 바로 집 앞이 바다인 침실 3개짜리 집은 17만5,0000달러에 나갔다. 집 주인 한 사람은 지난해 여름보다 월 렌트비를 4만달러 더 올리고, 그것도 캐시로 내야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런데도 집이 없다. 동네 복덕방에 따르면 지난 7월 렌트로 나와있는 집은 두 채밖에 없었다고 한다.
말리부 콜로니 주민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 많다. 복덕방의 선전 문구에 따르면 여기를 거쳐 갔거나 지금도 살고 있는 유명 연예인 중에는 캐리 그랜트, 빙 크로스비, 셰어, 탐 행크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도 포함돼있다. 이곳에 사는 붙박이 주민도 있지만, 잠시 이용하는 집인 경우가 많다.
지난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이곳의 중간주택 판매가는 1,065만달러. 벨에어나 베벌리힐스 등을 젖히고 2년 연속 LA에서 가장 비싼 지역으로 기록됐다. 여기 집 주인들은 돈이 아쉬운 이들이 아니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거액의 월세를 내고 들어오는 이들도 돈에 구애를 받는 사람들이 아니다. 요즘 같은 때는 외부와 격리된 이런 곳이 안전하고 쾌적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찾아드는 것인데, 물론 렌트에 앞서 코비드-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 시대에 미국에서 부자소리를 들으려면 이 정도가 아니라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지와 CNN 등이 잇달아 전하는 것을 보면 요즘은 돈으로 외국 시민권을 샤핑해 그 나라 여권을 갖는 것이 미국 부자들 사이에 인기라고 한다. 카리브해 연안국의 여권은 평균 10만달러, 유럽은 200만달러 정도의 투자이민 자금이 필요하다는 전언이다.
좁은 노인 아파트에 갇혀 여름을 나고 있는 이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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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어디 살든 무슨 상관인가? 마음이 평안하면 되지.
행복지수가 돈 인 쎄쌍...참 인간들의 그 얄팍한 맘 알만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