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평생 사라토가서 살아온 민장석씨]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반평생 사라토가서 살아온 민장석씨]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0/07/27/202007271429595f1.jpg)
민장석씨의 60대 때 모습.
올드 타이머(old timer)라는 뜻은 원래 오래됐지만 훌륭한 성능을 지닌 멋있는 자동차를 말하는데 한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멋있는 남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에 이민을 온 이후 사라토가의 한 집에서만 44년을 살아온 민장석씨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올드 타이머가 아닌가 싶다.
나이가 80이 훨씬 넘었지만 키가 훤칠하고 아직도 정정한 멋있는 남자였다. 민장석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50년 전 한국에서 고 백선엽 장군을 만났던 일을 회고했다. 1970년 당시 주 스페인 대사직을 마치고 교통부 장관으로 부임한 백선엽 장군은 아직 가족이 스페인에서 채 돌아오기 전이라 같은 한남동에 살고 있던 민장석씨는 백선엽 장군을 자주 집에 초대하며 식사를 같이 하면서 인연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민장석씨는 백선엽 장군을 4성 장군 출신답지 않게 매우 겸손하고 자상한 분으로 기억했다. 민장석씨가 한국에 있을 때는 매해 크리스마스 때마다 아들과 딸에게 주라며 한해도 빠짐 없이 세뱃돈을 주기도 했다.
서울 토박이인 민장석씨의 가문은 말만 하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민씨의 고조부인 민영휘가 휘문학교를 세웠고 같은 집안의 민영환은 조선 말의 문신이자 순국지사로 을사조약에 반대해 자결한 것으로 유명하다. 민영휘의 아들인 민규식은 1919년 3.1 운동 직전에 미국 뉴욕에서 이승만, 장택상과 같이 서재필 박사를 만나 독립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민씨의 부친인 민덕기씨는 해방 후 한국에 처음으로 국산 맥주회사인 조선맥주(크라운 맥주 전신)를 설립했으며 풍문학원(풍문여고 전신)을 설립하기도 했다. 민덕기씨는 민씨가 미국으로 이민 온 후 1980년 아들을 보러 산호세에 왔다 심장마비로 갑자기 타계했다.
민장석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 온 후 미국으로 유학 와 미네소타 주립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한국에 돌아가 결혼하고 부친이 운영하는 크라운 맥주에서 10년 동안 근무했다. 크라운 맥주 직원으로 일하면서 월남 파병 당시 월남에 나가 미군 PX에 국산 맥주를 판매하기도 했다. 민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군 PX에 국산 제품을 납품한다는 조건 하에 군대를 파견했으며 당시 미군 PX에는 많은 한국산 제품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1976년 미국으로 이민 와서 식품 원료를 한국에 수출하는 민무역회사(Minn’s Trading)를 세워 사업을 시작했으며 그때부터 아직까지 같은 장소인 사라토가에 살면서 비즈니스를 계속하다가 몇 달 전에 문을 닫았다.
민장석씨는 1981년 SF에 한인인력개발원 건물 구입을 주도해 본인도 1만 달러를 희사한 바 있다(본지 1981. 9. 23). 민씨는 후에 한인인력개발원이 캘리포니아 문화대학으로 바뀌자 그 안에 아버지의 호를 딴 우정 도서실을 개설하기도 했다. 민씨는 산호세 한인천주교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한인 커뮤니티에 기여해 왔다. 민장석씨는 북가주 경기고등학교 동창회장을 2번 역임했다.
민장석씨는 1남 3녀를 두고 있는데 모두 출가해 한 명은 뉴욕에, 한 명은 시애틀에, 나머지 둘은 베이지역에 살고 있다. 올해 83세인 민씨는 아직 건강에 큰 문제가 없지만 갈수록 다리에 힘이 없어진다며 세월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한인 커뮤니티를 도울 일이 있으면 발벗고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어릴 적부터 몸에 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한인 커뮤니티를 잘 알고 한인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던 진정한 올드 타이머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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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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