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드라이브웨이즈’ (Driveways) ★★★★½(5개 만점)
▶ 한인 감독 앤드루 안 2번째 작품, 브라이언 데니히 절제된 내면연기…인간관계의 아름다운 그린 수작

둘 다 고독한 소년 코디와 한국전 참전 용사 델은 서서히 아름다운 우정을 맺는다.
코리아타운에서 살면서 스파에서 일하는 18세의 동성애자 데이빗 조(조 서)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갈등과 함께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삶을 차분하고 사실적이며 또 감정적으로 그린 ‘스파 나잇’(Spa Night·2016)으로 데뷔한 한국인 감독 앤드루 안의 2번째 영화다.
아시안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8세 난 소년과 혼자 사는 나이 먹은 한국전 참전 용사 간에 서서히 영그는 우정을 통해 고독과 소외 그리고 인간관계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아름답고 담담하며 애잔한 감정을 잔잔하게 삼투시켜 만든 감정적인 소품이다. 알게 모르게 감정이 가슴을 적시면서 궁극적으로 깊은 감동을 겪게 된다.
감정을 과소비하지 않고 절제하면서 작품 전체에 골고루 섞어가며 철저히 자제된 연출력으로 영화를 한 폭의 고운 인간 풍경화 같이 그린 안 감독의 솜씨가 돋보인다. 데뷔작보다 폭이 다소 넓어진 작품으로 앞으로 대성할 감독이다.
이 영화는 특히 재향군인 델로 나오는 베테런 배우 브라이언 데니히의 묵직하면서도 고요하며 극도로 절제된 내면 연기가 뛰어난데 ‘람보’에서 실베스터 스탤론을 쫓는 셰리프로 나온 거구의 곰 같은 데니히는 지난 4월 81세로 타계, 영화가 더욱 쓰라리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
뉴욕주 북부 한 작은 마을에 미시간으로부터 간호사 준비를 하는 캐시(홍 차우-태국계 배우로 맷 데이먼이 나온 ‘다운사이징’에 공연해 좋은 연기로 칭찬을 받았다)가 8세 난 아들 코디(루카스 제이)와 함께 최근 사망한 언니의 집을 정리하려고 온다.
이들을 포치의 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사람이 옆집에 사는 과묵하고 무표정한 한국전 참전용사 델. 이런 델을 아들을 과보호하는 캐시는 경계의 눈길로 바라본다. 그러나 델과 코디간에 서서히 대화가 이뤄지고 우정이 맺어지면서 둘 다 고독한 노병과 소년 간에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익는다. 둘의 우정이 영글고 익어가는 모습도 격하지 않고 고요하게 묘사됐다.
별 얘기나 일이 있고 벌어지지 않으면서도 삶의 다면성을 골고루 고스라니 드러내 보여준 영화로 연기들이 다 좋은데 가끔 재향군인들의 빙고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유일한 낙인 데니히가 저녁을 말없이 혼자 먹는 모습에서 흘러나오는 고독의 형상이 가슴을 저민다. 마지막 장면에서 눈시울이 젖게 된다.
이 영화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인 Virtual Theaters, iTunes, Amazon, Apple TV, Google Play, Microsoft Movies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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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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