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허리까지 눈이 쌓였던 1996년 1월을 기억한다.
우리 가족은 이민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들 바쁘게 살고 있었다. 어른의 허리까지 오는 80cm 정도 눈이 쌓여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집콕생활’을 했어야만 했다. 학교도 문을 닫고 상점, 회사, 관공서뿐만 아니라 덜레스 공항도 일부 폐쇄돼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가 끊기기도 했다.
눈이 3-4일 동안 끊임없이 내리던 그 해 어느 날 나와 내 동생은 집 앞에 나와 차들이 눈 속에 잠겼던 모습을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눈이 그친 후 우리 가족은 차를 타고 예전에 살던 버지니아 폴스처치 근처의 한인 마트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고 옆에 있는 한국식 중화요리 집에서 따뜻한 짬뽕을 먹었다.
20대 중반이었던 나는 많이 내린 눈 덕분에 4일 동안 일을 가지 못했고, 우리 가족은 생활이 바빠 얼굴 보기 힘들었는데 폭설이 내렸던 그 며칠 동안 함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꺼내 본 사진 속에서 나와 내 동생은 눈 속에 파묻혀 신기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후 2010년에도 비슷하게 폭설이 내리긴 했지만 24년 전인 그때가 최고로 많이 왔었던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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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 (센터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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