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나경 ‘Imaginary Landscap II’
숨소리가 끊기고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손가락마다
검푸른 싹이 돋아 있었다
장의사는 공평하게 당신을 쪼개서
가족들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명치에 묻어둔 한 조각 당신이 꽃을 피워 올릴 때마다
꺾고 또 꺾고
당신의 무덤을 짓고 난 후로
두 눈은 소금으로 만든 알약,
사는 게 밋밋해질 때마다 깨뜨려 찍어먹는
검버섯이 번지던 한쪽 볼을,
파랗게 멍이 든 무릎을,
딱딱하게 굳어가던 뒤꿈치를,
오늘도 썩은 감자처럼 당신을 도려내다 보니
남은 새벽이 얼마 되지 않았다
길상호 ‘씨감자’
한 뼘 명치에서 싹을 잘도 키웠구나? 잘했다, 작은 것이 큰 것이다. 꽃을 꺾어 향기를 얻었구나? 잘했다, 삶을 견디는 건 누려야 하기 때문이다. 주릴 때마다 소금 찍어 먹었구나? 잘했다, 몸을 챙겨야 영혼이 달아나지 않는다. 검버섯 볼과 멍든 무릎과 굳은 뒤꿈치까지 알뜰히 챙겼구나? 잘했다. 모든 낡은 것은 새것으로 온단다. 남은 새벽이 얼마 되지 않았다니, 여러 조각이 되는 기쁨을 배우겠구나? 생명의 덩이줄기는 여럿으로 나뉘어도 모두 한 몸이라는 걸 마침내 알겠구나? 반칠환 [시인]
<
길상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