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이 부쩍 잦은 연말이다. 왕년의 인기 식당이 지금도 인기일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식당의 수명은 생각보다 짧다. 특히 패밀리 식당으로 불리는 체인 식당은 부침이 심하다. 생각해 보면 반짝하다 사라진 곳이 한 둘이 아니다.
올해는 마리 캘린더스가 대표적인 ‘지는 해’ 였다. 파이와 콘 브래드가 맛있는 이 식당은 19개 업소가 문을 닫고 27개만 남았다. 모기업은 챕터 11을 불렀다. 시즐러가 생각난다. 클레임 점퍼, 코코스도 이쪽이다. 홈 타운 부페도 밀리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외식산업의 큰 시장이다. 지난 2017년 매출이 822억 달러로 전국에서 탑이었다. 캘리포니아 식당협회는 지난해 매출을 970억 달러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그만큼 경쟁도 심해 주 전체에 먹고 마시는 업소가 7만6,000여 개소, 다섯개 중 하나는 아메리칸 스타일 식당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거대 시장에서 기존 식당들이 고전하는 것은 음식 맛이 변하고 식당운영이 나빠져서가 아니다. 변화하는 소비자 취향을 저격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고객, 밀레니얼 세대는 꼭 음식과 음료만 보고 식당을 찾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식당에서 느낄 수 있는 총제적인 경험.
최근 캘리포니아에 진출해 리알토에 2번째 스토어를 연 크랙커 배럴 올드 컨트리 스토어(Cracker Barrel Old Country Store)의 예를 들어 보자. 테네시가 근거지인 이 식당은 미트로프나 컨트리 프라이드 스테이크 등을 파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이나 식당 안은 골동품 데커레이션으로 장식돼 있다. 식당에 붙은 가게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신구들이 가득하다. 기다리는 손님이나 돈을 내려고 계산대 앞에 줄을 선 손님들이 구경에 정신이 없다.
또 다른 아메리칸 스타일 식당인 놈스(Norms)는 복고풍 외양으로 인기가 높다. 추억 마케팅이라고나 할까. 가장 최근인 지난 11월 잉글우드에 문을 연 놈스도 1950년대 유행했던 구기(Googie) 스타일. 손님들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60~70년 되돌아가 밥을 먹는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스탠드에 앉아 벽을 보며 먹는 식당은 이제 구식. 지난 10년 새 번성하기 시작한 탁 트인 홀에 식탁이 자유롭게 배치된 푸드 홀이나 푸드 트럭에 밀렸다. 밀폐형 스탠드보다 열린 공간이 신세대 감각이다.
테크놀로지를 접합시켜 호평 받는 식당도 늘고 있다. 식당 앞에는 비디오 메뉴 보드가 있고, 식탁에는 태블릿이 놓여 있어 온라인 오더를 할 수 있다.
“식당은 지난 300년 동안 변한 게 없다. 하지만 테크놀로지의 발전 덕에 이제 테이블 등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시도되고 있다”고 한 전문가는 말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업체인 올셋은 풀 서비스 식당과 함께 이런 서비스를 시작했다. 즉 손님이 앱으로 주문한 후 돈까지 지불하고 정해진 시간에 식당에 가면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식탁에 앉아 먹을 수 있다. 식사가 끝나면 언제든 나간다. 돈은 이미 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하면 15분 안에 식사를 끝낼 수 있다. 수제 맥주가 맛있는 BJ는 남가주의 3개 식당에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식당도 변해야 산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특히 젊은 층을 겨냥한 변화의 바람이 남가주 식당가에 거세게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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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가장 높게 치솟는 물가가 식당의 음식값이다. 소비자들의 거부반응도 거의 없으니 가히 외식업의 황금기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