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구필란(逢九必亂). 9자로 끝나는 해에는 반드시 파란이 일어난다. ‘9의 저주’라고 할까. 중국사회가 보이고 있는 일종의 미신성의 집단적 강박증세다.
1949년부터 10년마다 중국에서는 대사건이 터졌다. 중국공산당에 패배, 중화민국정부는 타이완으로 쫓겨났다. 1959년에는 티베트 지역에서 대규모 봉기가 발생했다.
1969년에는 소련과 무력충돌이, 1979년 베트남과 전쟁이 발발했다. 1989년에는 톈안먼사건이 발생했다.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대사관 피폭과 파룬궁 시위가 발생한 해는 1999년. 그리고 2009년에는 위구르자치구에서 반란에 가까운 대대적 봉기가 일어났다.
경기는 침체됐다. 실업자는 늘고 사회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거기다가 무역분쟁이 겹쳤다. 악재가 하나 둘이 아니다. 이게 2018년 말 시점 중국이 맞이했던 상황이었다.
무슨 일이 나도 큰일이 나고 말 거야. 또 다시 찾아온 9로 끝나는 해, 2019년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중국사회를 덮친 불길한 예감이었다.
그 2019년이 이제 저물어 간다. 중국은 그러면 올해의 경우 아홉수의 징크스에서 벗어난 것인가. ‘일단은’이란 진단이 가능해 보인다. 외부에서 볼 때 큰 파란은 없어 보이니까.
그러나 바로 뒤따르는 질문은 ‘과연 그럴까’ 하는 것이다. 속병이 단단히 들 수도 있다. 그 정도로 강력한 바디 블로우를 시진핑 체제는 연타 당했다. 홍콩사태가 그렇다는 거다.
반년 가까이 끌어온 홍콩 시민들의 자유화 요구. 이로 인해 시진핑 체제의 일국양제(一國兩制) 보장은 허구로 밝혀지면서 타이완에서도 반 베이징 움직임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그로 끝난 것이 아니다. 지난달 치러진 지방선거(구의회)에서 홍콩의 범민주파 진영은 사상 유례가 없는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이다. 시진핑 체제로는 그런 망신이 없는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시진핑 1인 독재체제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의 주요국가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중국을 부정적 시각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퓨 연구소가 전 세계 34개국 3만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지난 5월13일~10월2일 기간)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 1년 사이 세계인들의 중국에 대한 시각은 급격히 부정 쪽으로 기울고 있다.
중국에 특히 부정적인 국가는 일본(85%), 스웨덴(70%), 캐나다(67%), 프랑스(62%), 미국(60%) 등으로 한 해 동안 부정적 시각이 최소 10%포인트에서 17%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한마디로 러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등지의 권위주의 형 국가 국민들은 그런대로 중국에 호의적인 반면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지난 1년 사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이 퓨 보고서의 지적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미국에서의 반중 분위기다. 중국을 ‘가장 중차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미국인들은 24%로 2007년에 비해 두 배나 증가한 것으로 퓨 보고서는 밝힌 것이다.
관련해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내려지는 진단은 이런 게 아닐까. ‘홍콩 자유화 시위의 해인2019년은 중국이 맞은 대변란 시기, 아무래도 그 원년으로 보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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