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직장 일과 학업에서 벗어나 멀리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즐거운 날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적지 않은 수고와 대가가 따른다. 한국여성들은 명절에 필요한 음식장만과 뒤처리 같은 가사업무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남성들도 여성들만큼은 아니지만 장거리 운전에 따른 피로감 등을 호소한다.
명절이 지나가면 뭔가 모를 허탈감 같은 게 엄습해 며칠 동안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다. ‘명절 증후군’은 이런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지칭하는 한국만의 독특한 용어다.
미국에서도 명절이 안겨주는 스트레스는 다르지 않다. 대개 추수감사절부터 시작해 한해가 끝나는 날까지 이른바 ‘할러데이 블루스’(holiday blues)라 부르는 우울증세가 많이 나타난다. 추수감사절 식탁을 차리는 것부터가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물론 미국에서도 이런 일은 대부분 여성들 몫이다.
온 가족이 모여 추수감사절 식탁을 가지고 나면 그 다음에는 허탈한 감정이 밀려오기 일쑤다. 이런 자리는 기다릴 때가 좋은 것이지 막상 모이고 나면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여 오순도순 대화하며 가족애를 확인하게 되길 꿈꾸지만 현실은 종종 이를 비껴가곤 한다. 추수감사절 다음날 일어나 전날을 회상하면 별로 기분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추수감사절이 지났다고 명절 스트레스가 끝난 것은 아니다. 들뜬 연말 분위기 속에서 나 혼자만 소외되고 외롭다는 느낌을 갖게 되기 쉽다. 게다가 어둠이 빨리 찾아오고 날씨까지 추워지면서 마음은 더 위축되고 무기력해진다.
할러데이 시즌에는 인사치레를 하고 선물을 전달해야 할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여기에 들어가는 만만치 않은 비용은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이런 현실적 처지는 우울한 감정을 한층 더 자극한다.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미국경제가 한창 어렵던 2009년 연말 미국인들의 우울감이 가장 높았다는 미국심리학회의 조사결과는 경제적 상황과 할러데이 블루스 간의 연관성을 뒷받침해 준다.
이런 연말의 우울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결감’을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바로 옆에 물리적으로 존재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만으로도 홀로 있다는 고립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 누군가 먼저 연락을 해주길 수동적으로 기다릴 일은 아니다. 자신이 먼저 간단한 인사와 감사의 뜻을 카드에 담아 보낼 수도 있고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것도 괜찮다. 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일별해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사람들의 번호를 누르면 된다.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도 할러데이 블루스를 극복하는 지혜들 가운데 하나다. 특히 햇볕을 충분히 쪼이며 걷는다면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해지는 느낌을 맛볼 수 있다. 심리학의 아버지 윌리엄 제임스는 행동이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러니 카드 쓰기와 전화번호 누르기, 그리고 걷기로 손과 발을 열심히 움직인다면 그것만으로도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기쁨과 설렘을 주지만 우울을 안겨주기도 하는 ‘양날의 칼’ 같은 할러데이 시즌을 누군가를 위로하면서 나 자신도 치유 받는 ‘양수겸장’의 기회로 만들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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