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비결이 무엇인지는 이제 널리 알려져 있다. 균형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이다. 그리고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소식이다.

인간은 오랫동안 굶주림과 싸우며 살아왔다. 하루 일해 하루 먹는 구석기 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농업이 시작된 후에도 주기적으로 닥치는 가뭄과 홍수, 전쟁과 질병 등으로 다음날 끼니를 걱정해야 되는 때가 많았다. 이토록 오랜 세월 배고프게 지내다 보니 인간의 몸은 이에 익숙해졌고 영양이 과다하게 공급되면 이상을 일으킨다. 현대인의 고질병인 고혈압, 당뇨 등은 영양 과다와 연관돼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식 운동이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3년 일본 의사 나구모 요시노리가 쓴 ‘1일1식’이 소개되면서 적게 먹기 운동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생명을 유지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으며 오히려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는 것은 일상의 대부분을 금식하며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할 경우 신체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소위 ‘미토파지’라는 것이다.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외부에서 영양공급이 중단될 경우 체내 세포를 먹이로 사용하는데 이때 병약한 세포를 먼저 선택한다. 병든 세포가 제거되고 건강한 새 세포 탄생이 촉진되는 것이다.

또 영양공급이 중단될 경우 체내 저장된 에너지원 중 탄수화물을 먼저 쓰고 그 다음 지방을 태우는데 지방은 탄수화물보다 훨씬 건강한 연료다. 지방을 많이 소진할수록 신체는 더 튼튼해진다. 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간헐적 단식을 한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훨씬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러나 너무 장시간 단식을 계속하는 것은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단식이 18시간 이상 계속되면 몸은 근육과 장기까지 연료로 쓰게 돼 인체의 정상기능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건강이 아니라 정치적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단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가장 먼저 나타난 사례는 인도의 고전 ‘라마야나’다. 왕 라마가 자신의 왕국을 되찾기 위한 수단으로 단식을 택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전문가들은 이 책이 쓰여진 기원 전 750에서 400년 경 이런 일이 자주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마하트마 간디가 인도의 독립운동을 하며 단식을 한 것은 이런 전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단식 사건은 1983년 5월 18일부터 6월 9일까지 김영삼이 한 단식이다. 김영삼은 자신의 가택연금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택했으며 당시 민정당 사무총장인 권익현이 찾아와 이를 풀 것을 요청하자 거절하고 “나를 시체로 만든 후 해외로 보내라”고 일갈한 사건은 유명하다. 전두환 정부는 결국 이에 굴복, 가택연금을 풀어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소미아 파기 철회,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신설 철회를 요구하며 8일째 단식을 하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 처음 여당은 물론 자한당 내에서도 뜬금없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이낙연 총리가 천막을 찾은데 이어 그를 비웃던 정의당 심상정 대표까지 위문을 왔다. 돌발사태가 발생할 경우 감정적인 한국민의 정서가 어떻게 바뀔지 짐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단식의 힘은 보기보다 강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