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도시 공항들이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공항입구의 트래픽으로 시간이 촉박해지면서 짜증이 누적되고 긴 줄에 불만이 끓어오르다가 항공사 직원의 한마디에 탑승객의 분노가 폭발하며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항공사에서 가장 스트레스 높은 직종은 조종사도, 대표이사도 아닌, 분노한 탑승객들의 화풀이를 견디며 ‘인간 동네북’이 되고 있는 탑승게이트 앞 항공사 서비스 직원이라고 LA타임스는 전한다. 30여년 유명 항공사에서 근무해온 기내 승무원 엘리엇 헤스터의 경험담이다.
비행기의 정시 이륙 뒷바라지 압박감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노우’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질문들이 쏟아진다 : 1등석으로 업그레이드 해줄래요? 내 좌석 창가로 바꿔줄 수 없어요?…
유감스럽지만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제 권한이 아닙니다…답변에 탑승객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고함치는 충돌에 소란스러워지다 급기야는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엘리엇 헤스터가 상파울루 행 야간비행을 준비하던 10월31일 마이애미 공항에서도 그랬다. 그날 밤의 기종이 보잉 777-300에서 777-200으로 바뀌었다는 통보가 내려왔다. 수용인원이 304명에서 273명으로 줄었고 1등석은 아예 없어졌으며 비즈니스석도 15석이 줄었다.
좌석배치가 바뀌면서 1등석 승객들이 비즈니스로, 일부 비즈니스 승객들이 이코노미로 다운그레이드 되었고 수십명 이코노미 승객들이 동행과 떨어져 앉거나 원치 않는 좌석으로 옮겨야 했다. 가득 찼던 불만이 게이트 앞 직원에게 폭발했다. 성난 한 승객이 직원의 팔을 움켜잡았고 공항경찰이 출동했다. 그 승객은 체포당하진 않았으나 비행은 금지되었다.
예정보다 1시간 이상이 지체된 새벽 1시경 탑승이 시작되었지만 결국 비행기는 떠나지 못했다. 지친 승객들이 모두 좌석에 앉고 조금 늦게 도착한 승객용 식사도 다 실렸을 무렵, 연방항공국의 비행취소 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최근 발표된 회계감사원(GAO) 보고서가 공항 서비스 직원들의 ‘동네북’ 실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104명의 공항 서비스 담당자 서베이 결과 46명이 언어로 협박을 당한 적이 있으며 12명이 신체적 폭행을 당했고 104명 모두가 거의 매일 언어적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다.
엄청난 인내와 강심장이 요구되는, 고맙다는 말 듣기는 힘든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소리 지르는 탑승객들에게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말’을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정리했다 : 솔직하라(당신의 그런 핑계는 수천번도 더 들었다). 무료 업그레이드 못 해준다(마음대로 해주었다간 내가 해고당한다). 노우, 규정 바꿀 수 없다(모든 규정은 당신의 안전한 비행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공항직원에 대한 신체 및 언어 폭력은 연방범죄다(최고 25만달러 벌금형에서 10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비행 지연 및 취소나 기상 악화는 내 책임이 아니다!
GAO 보고서에 의하면 충돌의 원인은 음주에서 항공사의 수하물요금 규정, 긴 대기 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분노 폭발 탑승객들의 이구동성 한 마디는 불친절한 서비스 직원의 ‘오만불손’한 태도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 같은 실상을 방치하면 공항은 직원들에게만이 아니라 탑승객들에게도 위험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경고한다.
“지금 당신이 소리 지르는 문제가 자신과 주위에 스트레스를 줄만큼 몇 시간 후에도 중요하다고 느껴질까”라는 충고만 기억해도 이 연말 즐거운 여행길을 망치는 충돌은 한결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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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디 공항 에 만 국한되는 일인가 요즘 지구촌 돌아가는게 내일이 불투명 여기 저기서 테러 소요사태 총기사고 폭행 차별 미국에선 백인이 아니라고 불심검문 내 직장은 안전한가 세계 경제까지 우울하기만....하하 웃으며 맘 편하게 여유롭게 즐길수 있는 이들이 몇명이나 될까가 의문스럽다...있는자 없는자 모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