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연방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실업률은 3.6%, 전달보다 0.1포인트 올랐으나 여전히 사상 최저기록에 근접해 있다. 고용 데이터에선 아직 경기침체 임박의 신호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모두가 의아해 한다. “실업률이 낮아지고 인력이 부족해지면 고용주가 임금을 올려주기 시작하는 게 수요와 공급의 법칙 아닌가, 그런데 왜 봉급은 안 오르는 것일까?”
‘일자리는 많지만 높은 임금 상승은 없다’란 뉴욕타임스의 분석기사도 이 점을 짚고 있다. 현재 미국은 사실상의 완전고용상태다. 일자리를 원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취업할 수 있다.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인구인 25~54세 연령층의 노동 참여율도 80.3%로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임금성장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용주마다 사람구하기 힘들다는 구인난의 시대인데 종업원의 봉급은 인플레를 따라 잡을까 말까의 정도에 머물러 있다.
최근 몇 년 소폭이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긴 했다.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소득이 2017년 2.7%, 2018년 3.3% 정도 올랐다. 그러나 현재 임금 성장률은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하락했다. 2월의 3.4%에서 10월엔 3%로 내려앉았다.
노동부가 별도 발표한 고용경비지수에서도 나타났다. 고용주가 임금 및 베니핏으로 지불하는 경비가 2018년엔 전년대비 3% 올랐으나 2019년엔 9월까지 12개월 동안 2.7% 상승에 그쳤다. 새 종업원 모집이나 기존 종업원 유지를 위한 지출을 늘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0월의 수치는 임금성장 둔화가 2019년의 현실임을 확실히 말해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미국의 임금 성장률은 정치가의 시각에 따라 천양지차다. 지난여름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유세에서 “미국의 임금이 지난 수십년 정체 끝에 요즘 최고의 속도로 오르고 있다”고 자랑했고, 같은 날 민주당 대선주자 버니 샌더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평균 미국인의 실질임금은 지난 45년 동안 단 5센트도 오르지 않았다”고 분개했으며, 민주 대선주자 코리 부커는 “대기업의 이익은 85년만의 최고, 근로자의 임금은 60년만의 최저”라고 주장했다.
사상 최저에 가까운 실업률이 매달 계속되고 있는데도 좀체 벗어나지 못하는 임금정체 현상을 악시오스는 설명하기 힘든 ‘미스터리’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명확한 원인 설명도 나오지 않았다. 글로벌 경쟁과 기술혁명에 의한 자동화로 부터 노조의 협상력 약화, 대기업의 파워 강화, 노동인구 구성원의 변화, 낮은 인플레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거론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생산성 문제를 지적했다. 임금이 꾸준히 오르려면 근로자 개인의 시간당 생산량이 늘어 전체 생산성이 향상되어야하며, 근로자가 생산성 향상의 일정한 몫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소득이 적절히 분배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금정체는 수천 수백만 근로자의 절박한 생계문제이지만 모든 근로자에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CEO는 일반 근로자보다 평균 221배나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연구소(EPI)의 새 보고서에 의하면 350개 대기업 CEO의 소득은 1978년 이후 940.3% 성장했으나 같은 기간 일반 근로자의 봉급 성장률은 11.9%에 그쳤다.
경제는 내년 대선에서도 당연히 핫이슈로 떠오르고 유권자들은 그저 ‘경제의 좋고 나쁨’을 넘어 “많은 일자리와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임금인상 중 내겐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구체적으로 따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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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체를 어차하면 임금이 싼 곳으로 옮기겠다고 하면서 임금을 조정할수도,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조건을 따라 떠나는 예 가 많지않은가..앞으로는 기계 로보트 AI가 사람을 대치할 것이며 임금이 앞으로 오르려니 상상을 미루고 대비하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