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난 패로우 기자는 하비 와인스틴의 미-투 사건을 파헤쳐 기사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자의 소속사인 NBC에서는 이 기사의 취재를 도리어 방해한다. 그는 사비를 들여 인터뷰를 하고 비디오를 찍지만 방영되지 않는다.

낌새를 챈 와인스틴은 NBC와 패로우에게 무지막지한 압력을 가하기 시작한다. 이스라엘의 간첩 잡는 회사인 블랙 큐브(Black Cube)를 고용해 이 기사를 죽이기에 총력을 기울인다. 패로우는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게 된다. 그의 아파트는 누군가 침입해 뒤져지고, 그는 뒤를 밟힌다.

와인스틴은 패로우의 주변 인물도 샅샅이 캐고 다니며 그를 협박한다. 패로우는 잘 알려진 영화배우 미아 패로우와 영화감독 우디 알렌의 아들인데, 그들 집안의 복잡한 일들이 협박거리가 된다.

대형 방송사인 NBC는 왜 와인스틴이라는 개인의 협박에 그토록 취약했을까? 영화계를 쥐락펴락하는 와인스틴이 그만큼 큰 거물이기 때문일까? 그도 맞는 말이기는 하나 그것뿐만은 아니다.

그는 인맥을 통해 내셔널 인콰이어러(National Enquirer)라는 가십성 신문을 만드는 모회사 어메리칸 미디어사(American Media Inc.)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AMI는 마침 NBC 앵커인 매트 로어의 미-투 사건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와인스틴은 이 약점을 이용해 인콰이어러에 로어 사건을 게재하지 않는 대신 NBC에서도 자신의 기사를 게재하지 말라는 전략을 썼다. 거기다가 패로우가 NBC 기자였던 점을 이용해 이 기사를 다른 매체에 보도하면 판권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협박했다. 한동안 그는 이기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다행히 일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패로우는 와인스틴 기사를 뉴요커 잡지로 가지고 갔고, 갖은 협박에도 불구하고 뉴요커에서는 이를 게재했다. 패로우는 이 기사로 퓰리처 상을 받았다. 와인스틴은 이제 모든 감투를 벗어야 했고 이혼까지 당했다.
이 사건에 엉뚱하게 연관된 매트 로어도 회사에서 쫓겨났다.

서민들은 모르고 사는 일이지만, 시원찮은 신문을 만드는 AMI는 얼마나 재력이 막강한지 ‘캐치 앤 킬’(Catch and Kill) 기사를 사들인다고 한다. ‘캐치 앤 킬’ 기사란 알리기 위한 기사가 아니라 사들인 후 사장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기사를 말한다. 그들이 사들인 ‘킬 기사’ 파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캔들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캐치 앤 킬’이라는 저널리즘 용어가 있는 걸 보면 이런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접하는 어떤 뉴스들은 이런 금권력의 조직적인 방해를 뚫고 기자의 목숨을 담보로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들인 것이다.

<한영국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