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대회의 관람객 매너는 사실 경기를 관람하러 갈 때 꼭 알고 가야하는 기본이다.
골프대회에 관람객을 갤러리(gallery)라고 한다. 원래는 극장이나 미술품 전시장 등을 뜻하지만 골프는 작품 관람하는 것같이 조용히 관람해야 하기 때문에 미술품을 관람하는 것을 연상시켜서 그 의미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에 있으면서 사람들이 갤러리라고 말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보통 관중, 스팩테이터(spectator)라고 한다. LPGA나 PGA 경기가 열리게 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아주 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관람하러 온다. 골프 매너나 관람 매너에 대해서 알고 오시는 관중들도 있지만, 모든 관중들이 그렇지는 않다.
골프는 골프를 배우는 사람들도 제일 처음에 배우는 것이 매너이다. 그만큼 지켜야할 매너와 룰이 많다. 한번은 항상 양복을 입고 한 선수를 따라다니는 관중이 있었다. 선수는 처음 보는 사람인데 선수에게 프로포즈를 한다고 했다. 첫 날은 선수가 그냥 넘어가 줬지만 둘째 날 또 왔을 때는 경호원을 불러 퇴장시켰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 해는 포기하고 다음 해에 또 나타나서 모든 선수가 경악을 했던 기억이 있다.
LPGA 투어를 하다 보면 한국 선수들에게 한국인 관중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다음 홀로 넘어갈 때, 경기 전이나 경기 후, 혹은 경기 중에도 큰소리로 들리게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선수가 짧은 퍼팅을 놓쳤을 때는 선수가 들리게 “저것도 못 넣느냐, 나도 넣겠다”라고 하거나 혹은 “한국 선수 우승하는 모습을 보러 왔는데 시간낭비 했다”고 하며 이미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속상한 나에게 화를 내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LPGA 투어는 해외 경기를 많이 간다. 13개 정도의 경기를 미국이 아닌 외국에서 한다. 몇몇 선수들은 실제로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관중들의 매너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선수들 사이에서 가장 관중의 매너가 좋지 않은 나라로 유명하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나오는 휴대폰은 몰카(몰래카메라)를 방지하기 위해 사진을 찍을 때 소리가 나게 돼 있다. 그래서 선수들이 스윙을 하려고 할 때마다 찰칵 소리가 난다. 1년에 한번 열리는 한국에서의 LPGA 대회이기에 골프팬들은 이를 사진에 담아가고 싶어 하지만, 그 소리는 한 샷 한 샷 신중한 선수들에게는 너무나 큰 방해가 된다.
응원하는 선수에게만 박수를 쳐주는 팬들도 잇다. 좋아하는 선수만 잘하길 바라는 것이 너무나 이해가 가지만, 골프는 매너 운동이고, 경기 안에서도 경쟁을 하고 있는 선수들도 경쟁자가 버디를 하면 매너 있게 나이스버디 외쳐주고 박수를 쳐 준다. 그것이 예의이기 때문이다. 팬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의 선수가 다른 선수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바라지만, 속으로만 바랐으면 좋겠다. 다른 스포츠는 우리 팀만 응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필자도 야구 경기를 가서 우리 팀만 응원한다. 그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하지만 골프는 매너 운동이 아닌가. 팬이 많은 선수는 드라이버가 페어웨이에 올라가도 박수갈채와 환호가 쏟아지는데 그렇지 않은 선수는 좋은 샷을 해도 박수 받지 못한다.
외국 선수들이 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왜 한 선수만 응원을 하느냐고. 나는 한국 골프 팬클럽 문화가 그렇다고 밖에 이야기할 수 없었다. 선수들은 경기에 들어가면 양 옆은 잘 보이지 않는다. 골프공과 홀만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가끔 관중들 중 특별한 행동은 더욱더 신경이 쓰이고 더 보인다. 골프는 한 타에 승패가 갈리는 워낙 예민한 운동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심기일전하는 모든 선수들을 위해서 매너를 지켜줄 수 있는 선진 골프팬이 되었으면 좋겠다. 외국 선수들도 한국 골프 팬들의 매너를 좋아하는 날까지!
이일희 프로는…LPGA 투어프로(바하마 클래식 우승)
아로마 골프 아카데미 레슨 프로
ilhee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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