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세기부터 로마인들은 미네르바를 그리스 여신인 아테나와 동일시하며 지혜의 여신으로 섬겼다. 이 처녀 여신이 자신의 상징으로 삼은 새가 부엉이다. 독일의 관념론 철학자 헤겔은 그의 저서 ‘법철학’ 서문에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찾아와야 비로소 날기 시작한다”라고 쓰고 있다. 어떤 사건에 대한 인간의 앎과 이해는 그 사건이 마무리되는 즈음에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뜻이다.
언론매체는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의 각종 의혹을 무차별로 보도하고 있다. 검찰이 흘린 정보를 사실 확인 없이 전달하며 그의 가족을 파렴치한 사기 집단으로 묘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검찰에 여러가지 의혹을 고발하는 것으로도 부족했는지 당 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까지 릴레이 삭발을 강행하며 장외집회로 문재인 정부를 옥죄고 있다.
의혹 제기를 신고받은 검찰은 70여군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며 서울 중앙지검 특수1부·2부·3부·4부· 형사부·강력부·서울 남부지검 합수단·부산지검·대전지검 지방검사들까지 투입하는 등 엄청난 수사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한달 반 동안 수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혐의가 보이지 않았는지 별건수사·먼지털이 수사로 이어지는 무자비한 사냥을 한다고 더불어 민주당 의총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부 대학생들과 그들의 스승인 대학교수들은 항의 촛불집회와 시국 선언까지 벌이고 있다. 이들의 소리는 어째 분풀이·화풀이 외침으로 들린다.
교육이 기회균등 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불어오는 바람이 온 곳을 누빌 수 있어야 한다거나 후미진 곳에까지 다다를 거라고 보는 것은 오류이다. 루소 이래 교육개혁이 허사로 끝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세상의 온갖 이해관계를 기회균등 이상으로 모두 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법과 제도도 얼마든지 불평등을 가져올 수 있어 불공정·정의를 외친다고 불평등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지금 일어나는 사태들이 객관적 사실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완전히 주관적이며 유아론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유아론(Solipsism)은 주관적 관념론의 일종이다.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사고이다. 사태는 가능적이고 사실은 실제적인 것이기 때문에 의혹 수준에서는 말을 해서는 안되며 판명되기 전까지는 침묵해야 한다.
의혹 단계의 언급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여론을 호도한다. 표현과 언론의 자유는 참일 때만 의미를 가진다. 여론은 어느 시대에나 막강한 힘을 지녀왔다. 진리값을 지니지 못하는 의견은 플라톤이 지적한 대로 수준도 낮아 신뢰할 수 없고, 근거가 박약한 ‘억견’(Doxa)에 해당한다
“이 세상에 열정없이 이루어진 위대한 일은 없다.”고 헤겔은 말하고 있다. 조국 법무장관은 자신의 안락한 현실에 머물지 않고 검찰 개혁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행동한 것은 철저히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다. 하지만 우파들은 위선자라고 집요하게 공격을 펴고 있다. 일부 언론은 극히 악의적이고 저열했으며 터무니없이 과도하게 공격했다.
언론은 흐리고 몽롱한 기사들을 명료하게 해야 한다. 언어는 사고를 위장할 수 있기 때문에 철학은 논리로 언어를 비판하는 것이다. 의도를 가지고 언어를 사용할 때 여론은 흔들리며 그 결과는 걷잡을 수 없는 광기를 내뿜는다. 사회 혼란은 악의적 군중 심리를 부추기는 여론 호도에서 시작된다.
수사와 재판이 종결될 때까지 사실이 아닌 의혹 수준의 언론 보도는 그만 멈춰야 한다. 그리고 법 해석을 놓고 서로가 알력을 빚을 수 있다. 그러나 도덕은 법이 아니기 때문에 도덕의 잣대를 법으로 재단하려는 행위는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광기는 마치 깜깜한 밤에는 모든 것이 검게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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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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