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부남 ‘Flim’
입오므려 ‘보고 싶다’라고 중얼거린다
이름도 알 수 없는 겨울새 한 마리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춤추듯 옮겨 않는다.
저 새도 이 겨울을 나겠지?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 다니며
그렇게 겨울을 나겠지
이 가지와 저 가지의 그 간극
그러나 실은 그 간격이 얼마나 멀고도 먼 것인지
지금은 알지 못하겠지
알지도 못하면서, 다만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포롱포롱 날아다니고 있겠지
아무리 눈이 많이 내리고 추워도
나야 하는 겨울
이름도 알 수 없는 겨울새 한마리
이 겨울, 아무러한 생각 없이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포롱포롱 옮겨 다니고 있다.
윤석산(1947- ) ‘겨울나기’ 전문
허리케인 도리안이 플로리다 해안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달려오는 폭풍의 뉴스에 한쪽 귀를 대고 다른 한 쪽으로는 겨울의 눈부신 적막함을 읽는다. 아기 새 한마리가 나뭇가지 사이를 포롱포롱 날고 있다. 불모의 시간이다. 동결과 동면의 시간이다. 허무의 시간이다. 하지만 작은 새는 모른다. 겨울나기가 끝나서 어른이 되면 새도 알게 될까? 이 지상의 쓸쓸함을? 겨울새 한 마리 텅 빈 풍경 속을 날고 있다, 먹을 것도 쉴 곳도 없는 겨울 허공을. 겨울은 혹독하지만 시적 시간은 연약한 것들이 오히려 풍경을 빛내는 순수와 그리움의 시간이다. 쓸쓸함으로 빛나는 겨울의 영혼을 읽으며 허리케인 달려오는 플로리다, 여름 끝자락의 위태로운 시간을 지난다.
임혜신 <시인>
<
윤석산(19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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