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1주년이 됐으니 좀 지난 이야기가 되겠다. 리틀 방글라데시 분할안을 부결시켰던 윌셔 주민의회 이야기이다. 반대 캠페인을 주도했던 이들은 지난달 19일을 한인 시민참여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알려진 것처럼 당시 투표결과는 1만8,844표 대 282표(일부 미개봉 우편투표 제외). 반대와 찬성 비율은 98.5% 대 1.5%로 말 그대로 압도적인 표차로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분리안은 부결됐다.
우리는 1만 8,000표가 넘었는데, 그쪽은 채 300표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과잉대응 아니었나 하는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들리지 않는다. 1년 전을 되돌아보는 자리에서도 여전히 “우리가 뭉치면 모든 일이 가능하다”는 소회만 들렸다.
하지만 지금쯤은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당시 한인사회의 정보력과 판단, 캠페인을 이끈 리더십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갔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또 다시 유사한 커뮤니티 이슈가 나왔을 때 어떤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바른 평가를 내리고, 그에 맞는 지혜로운 대처방안을 도출할지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 분리 시도 움직임이 한인 관계자들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30여년 전 시의원 보좌관을 지낸 한 주민의회 대의원에 의해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후 방글라데시 커뮤니티의 움직임 등 대응방안을 세우는데 필요한 정확한 정보가 취합되고 평가됐는지는 의문이다.
특정 종교를 들먹이며 “그 종교는 결집력이 대단해요”라는 말이 공공연히 관계자의 입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종교는 관련되지 않았고, 우려했던 결집도 없었다. 투표 후 되돌아보니 캠페인 관계자들이 한 이야기는 대부분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에 불과했다.
투표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캠페인을 주도했던 리더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그럴 힘도 없는 그쪽에서 왜 이런 일을 시작했는지 나도 의아~” 등의 반응을 보였을 뿐이다.
확인되지 않은 별별 이야기가 나돌면서 나온 부작용도 간과돼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시 타운 식당에 가보면 식탁의 화제이던 주민의회 분리 시도에 대한 한인들의 분노는 종종 도를 넘는 결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4.29 폭동 때의 아팠던 기억이 피해의식으로 침전되면서 나온 현상이었겠지만, 다인종 사회를 살면서 지혜롭게 갈등을 풀어야 하는 성숙한 자세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여론 주도층은 너나 할 것 없이 책임을 공유해야 할 부분 같았다.
이 투표 후 LA시는 해당지역에 살지 않는 많은 한인들의 투표참여를 가능하게 했던 ‘커뮤니티 이해 관계자(Community Impact Stakeholder)’의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물론 지난해 6월19일 한인 커뮤니티가 보여 줬던 참여정신과 그 결과는 값진 것이었다. 커뮤니티 이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한인 커뮤니티가 정치적 주장을 내세울 상대는 ‘300표 소수민족 커뮤니티’가 아니라 18만표, 180만표의 거대 사회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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