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제화 ‘사막’
혼자서 날아다니다가
흙에서, 흙에서 뒹굴다 죽는 나비여.
날개가 아니라 몸뚱어리라는 것을.
그가 날개를 움직이는 동력이라는 것을
내 진작 알았더라면
날개란 몸뚱어리에 붙은 어떤 것이라는 것을
내 진작 알았더라면
몸뚱어리가 죽으면
날개도 따라 접힌다는 것을.
내 진작 알았더라면
혼자 다니다가
흙에 뒹굴다, 흙에 뒹굴다 죽는 나비에
나비의 운명에
내 가까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찬일(1956- ) ‘나비를 보는 고통’ 전문
노랑, 하양 팔랑이며 꽃밭을 나르는 저 예쁜 나비의 날개들이 그저 몸뚱어리에 붙어있는 몸의 일부였다니, 사람으로 치면 팔이었고 다리였다니, 그 깨달음이 서글프다. 저 작은 사랑의 정령들도 우리처럼 그저 고단한 생을 그 조그만 날개로 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존재의 본모습에 대한 이런 깨달음은 열정도 욕망도 꿈도 몸이라는 생명 현상의 일부였을 뿐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운명이 다하는 날이 오면, 그것들은 몸과 함께 흙으로 돌아가고 만다. 몸을 가진 생명의 한계. 날개는 꿈이 아니라 몸이었다. 그러니 날개를 꿈꾼다는 것은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 몸이 몸을 꿈꾸다니. 나비를 보는 고통은 우리의 부질없었던 꿈과 열망을 보는 고통이었던 것이다.
임혜신 <시인>
<
박찬일(19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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