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기자 ‘사각형’
30년 동안 엄마는 알래스카로 이사를 갈 것처럼 살았다
알래스카 지도도 없었고 그곳을 찾아가 보려고 하지도 않았던
엄마는 노스캐롤라이나, 더운 곳에 살았고 눈 속을
운전할 줄도 모를 뿐더러 겨울 외투나 장갑, 부츠도 없었다.
하지만 싫어하는 모든 일들을 알래스카로 이사 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겨내곤 했다;
베이비 샤워, 아이들이 종이비행기를 접어대는 교실
엄마는 간간 알래스카에 대해서 내게 이야기 하곤 했는데; 그곳은 이웃들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무도 그녀의 일상에 관심이 없는 곳,
눈이 많이 내려 잔디를 깍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는 거였다. 많이 힘든 날이면
영원한 겨울 속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하곤 하던 엄마.
바위투성이인, 모험이 가득한, 하지만 마르지 않은 엄마에게는 따스한 곳.
나의 엄마는 알래스카로 가기를 원했다, 만일 그곳에 이른다면 그것은
알래스카가 지도에 없기 때문이며 보트나 썰매로 이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알래스카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지극히 개인적인, 상상의 땅,
경계가 사라진, 오직 다만 눈보라 흩날리는
영혼으로만 찾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Faith Shearin‘엄마는 알래스카로 이사를 갈 것처럼’
임혜신 옮김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여인은 왜 알래스카라는 빙설의 땅을 꿈꾸었던 것일까. 알래스카로 이사할 것이라는 꿈을 꾸며 삶의 작고 큰 고비들을 이겨나간 엄마. 그녀에게 알래스카는 지명이 아니라 눈발이 흩날리는 상상의 세계, 이 지상의 모든 문제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아주 멀고 아주 다른 이상의 장소이다. 현실적으로 갈 수도 없고 있다 하여도 가지 않을 그녀의 알래스카는 생이 주는 모든 문제를 품는 곳이다. 고독한 눈발에 갇혀 세상과의 인연을 단절해주는 그곳은 그러니까 구원의 상징처이다. 사는 일이 고단할 때 당신도 혹시 먼 어떤 곳을 꿈꾸지 않는지. 히말라야, 몽골, 아프리카, 북극 혹은 화성이나 별을 가슴에 품어보지 않는지. 에덴이며 구원이며 죽음이며 꿈인 미지의, 갈 수 없고, 가지도 않을 저 머나먼 곳을 아주 달콤하게.
임혜신 <시인>
<
Faith Shearin>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