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은 ‘미술 주식회사’
사랑하지 않았다네 나는
네게 다가서는 만큼 기억은 더 멀어져
허공을 가르는 바람소리만
바람소리만큼만 남아 있거나 이해되는 시간
폭죽처럼 솟구치는 허공의 네 얼굴이
휘어지는 내 손가락 사이 위험하게 파고드네
다가서지 않으려네 사랑을 모르는 나는
돌아서는 맨발 아래에서 문득 들리는
낯익은 음악소리 파고드는 저 낯익은 두려움
온몸으로 퍼지기 전에 돌아서야 하네
게 침묵으로
닫힌 침묵의 마음으로 한여름을 봉쇄하네
사랑하지 않았다네 나는
흐느낌도 없이
김은숙(시집‘손길’) ‘자귀나무에게’ 전문
페르시아 실크 트리라 불리는 자귀나무는 물에 담그면 푸른 물이 나와서 물푸레나무라고도 불린다. 밤이 되면 두 잎을 맞대기 때문에 합혼수 혹은 유정수라 불리기도 하는 이 나무는 사랑을 상징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그 나무에 대고 시인은 나는 사랑하지 않았다고 고백을 한다. 반어다. 그녀는 사랑을 하고 있다. 그녀의 발 아래로 한 여름을 침묵으로 봉쇄한 사랑의 말이 낯익은 음악소리처럼 흐른다. 갇힌 채로 터질듯 두려운 사랑의 갈망은 차겁고 또 뜨겁다. 숲 속 자귀나무에게 보내는 금욕의 사랑노래. 깊어가는 여름 숲 속엔 합혼하지 못하는 나무들에게서 흐르는 향기가 짓 푸르겠다. 금욕의 사랑 또한 간절한 사랑이 아니던가.
임혜신 [시인]
<
김은숙(시집‘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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