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다음달 4일이 되면, 미국이 공식적으로 독립국가로 탄생한지 243년이 된다. 수천 년 역사를 가진 아시아,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비하면 젊어도 한참 젊은 나라이다. 넓은 대륙에 띄엄띄엄 부락을 이루고 사는 인디언들이 있었지만, 인구가 조밀했던 유럽대륙에 비하면 그야말로 주인 없는 텅 빈 땅이었다.
넓고 넓은 땅에 자원은 풍부하고 땅은 비옥해서, 열심히 일하면 떠나온 고국에서처럼 지배계급에 억눌려 일생 가난을 면치 못하는 신세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첫 세대들의 개척정신을 이어받은 다음 세대들이 끈질긴 노력과 투쟁을 통해서, 드디어 신생국가에서 부의 축적과 사회적 계층 상승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가능했다.
출생신분에 따라 일생이 좌우되는 불합리를 극복하고, 능력을 자산으로 삶의 성공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아메리칸 드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이처럼 희망적인 아메리칸 드림이 더 이상 미국 땅에서 가능하지 않다는 비관적인 견해가 계속 나오고 있다. 잡지 애틀랜틱(2018년 6월)에 실린 매튜 스튜어트의 “9.9%의 새 귀족계급 탄생‘이라는 기고문이 한 예이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더 이상 아메리칸 드림이 가능하지 않은 현실을 여러가지 사회현상을 통해서 지적했다.
첫째, 미국 전체의 부는 상위 10%와 나머지 90%로 나뉘어있다. 상위 10%를 세분하면 0.1%의 특급 부자와 9.9%의 상위권 부자로 나뉘어있다. 2016년 기준으로 9.9%에 속한 상위권 부자들의 순자산은 120만~ 1,000만 달러사이이다.
둘째, 9.9%에 해당하는 부자들은 대략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다. 우선 건강하고, 좋은 집안 출신이며, 명문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대등한 조건의 배우자와 결혼했고, 중상류층이 모여 사는 동네에서 살고 있다. 이 여러가지 좋은 조건들은 물론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대물림이 된다.
셋째, 이들 상위권 부자의 직업은 금융, 재정관리,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에 집중되어있다. 넷째, 이들 부자는 교육의 특혜를 톡톡히 누리고 활용한 사람들이며, 자녀들에게도 같은 특혜를 베풀어 준다. 명문대 입학 준비를 위해서 1만 달러가 넘는 개인 카운슬링, 역시 1만 달러가 넘는 해외여행, 수천 달러가 드는 SAT 개인수업, 라크로스, 스쿼시, 펜싱과 같은 비싼 스포츠를 시킬 여유가 있다.
다섯째, 이들 9.9% 멤버는 똘똘 뭉쳐서 자기들 보다 낮은 수준 사람들의 진입을 견제하고 있다. 저자는 이같은 조건을 갖춘 그룹을 ‘미국판 귀족계급’이라고 부르면서, 자기도 이 그룹에 속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통계를 근거로 짐작해 보면 현재 90%의 대다수 사람들이 9.9%의 엘리트 클럽으로 상향 이동한다는 것은 점점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그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특유의 자랑인 아메리칸 드림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라는 우울한 진단이다. 그러나 지난 200여년 미국 번영의 동력이었던 아메리칸 드림의 지속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난관과 차별을 각오하면서 미국에 와서 새 출발하겠다는 이민자들의 긴 행렬이다. 앞으로 한두 세대 지나면 이들 이민자 후손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해서 9.9%의 엘리트 그룹으로 상향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국 ‘귀족계급’의 인종구성은 백인 87%, 소수민족 13%이지만, 이 두 숫자가 천천히, 꾸준히 중간으로 움직일 것이다. 차츰 늙어가는 주류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참신하고 능력 있는 새 ‘귀족들’의 출현은 아메리칸 드림의 건재를 증명하지만, 이런 익숙지 못한 세상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국민여론을 양분하는 것이 미국의 새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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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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