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혜란 ‘도자기가 있는 푸른 풍경’
누가 보고 있는지
보더라도 개의치 않는 한 쌍의 새가
아침이면 포플러나무 꼭대기에 날아와 앉는다
스위트룸이라도 짓는 걸까,
애써 물어온 나뭇가지를 놓쳐도
서로 탓하지도 않은 채 다정하다
곧 봄이라는데 아직은
메마른 좁고 높은 저 끝에 의지한 채,
땅속 먼 뿌리에서 하늘까지
푸른 길이 열리는 소리, 듣고 있다
아예, 차 한 잔을 들고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본다
참 오랜만에
사랑에 대해 써야 한다면
저 새들에 대해서만 쓰고 싶다
가을이 좋은 내가 벌써부터 봄을 기다려
어린이의 얼굴로 어린이의 노래를 한다
어서 어서 봄빛 스미고 새잎 돋아 무성해져라, 나무야
분홍 햇살 불러와라 구름아,
밤바람에
가랑가랑 흔들릴 하늘 아래 첫 집
저 높은 허공의 나라 지켜 주거라, 별아
너도
김윤선(1963- ) ‘커플’ 전문
소란한 빌딩 숲 사이로 한 쌍의 이름없는 새가 사랑의 보금자리를 짓고 있다. 저 조그만 생명들은 어디서 어떻게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되는 걸까. 그들에게도 사랑의 갈망과 꿈과 계획이 있을까. 지구라는 조그만 별의 어느 곳에서 부지런히 주먹만한 보금자리를 짓는 새들을 바라보며 시인은 순정하고 따스한 사랑을 본다. 그리고 그것을 보호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것은 아마 순수할 수만은 없었던 우리들의 사랑에 대한 반성이며 아픔이며 그리움이기도 할 것 같다. 몸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뜻을 나눈다는 것은 새의 것이든 사람의 것이든 별들의 것이든 아름답지 아니한가. 비록 그 순간이 짧다 하여도 내부에 영원을 품은 곳, 따스하여 빛나는 그 집의 이름은 사랑, 하늘 아래 첫집이다.
<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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