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국의 직업별 수명에 관한 연구조사 결과가 발표돼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신문 사회면에 실리는 저명인사 부고기사를 중심으로 직업별 수명을 추적한 이 연구에 따르면 가장 수명이 긴 직업군은 종교인으로 평균 82세였다. 그 다음은 교수였으며 정치인들이 그 뒤를 이었다.
조금 의외였던 결과는 운동선수들의 수명이었는데 이들은 평균 69세로 종교인들보다 무려 13년이나 짧았다. 운동은 좋은 장수법의 하나인데 운동선수들의 평균수명이 일반인들에 훨씬 못 미친 이 조사결과는 쉬 이해되지 않는다. 특히 올림픽 출전선수들의 평균 수명이 일반인들보다 조금 더 길다는 외국의 연구와도 배치되는 결과이다. 연구팀은 어려서부터 지나치게 운동을 많이 시키는 한국의 풍토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수명이론은 ‘에너지 배낭’론이다. 인간은 에너지 배낭을 메고 이 세상에 태어나며 이 에너지가 다 소모되면 삶도 끝난다는 것이다.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이 생명 에너지를 되도록 천천히 조금씩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평균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10% 정도 오래 사는 데, 체격과 체중이 동일할 경우 여성의 기초대사량이 남성보다 10% 정도 적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법정 스님이 자신의 책에서 들려준 대관령 트럭운전사의 얘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 운전사가 몰던 낡은 GM 트럭은 50년 이상을 주행했음에도 여전히 대관령 고개를 잘 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이 어떻게 그리 오랜 세월 트럭이 달릴 수 있는지를 묻자 트럭운전사는 “가지고 있는 힘의 60%만을 쓰는 것이 비결”이라는 대답을 들려줬다.
운동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건강을 위해 규칙적으로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다. 운동이 면역력을 높여주고 질병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크다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문제는 정도인데 운동이 좋다며 여기에 너무 빠져 중독 수준에 이른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과도한 운동은 거꾸로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한국의 연세대 연구팀은 건강검진을 받은 25만 여명을 1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너무 지나친 운동은 질병예방 효과를 오히려 저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이 일주일에 서너 차례 땀 흘려 운동한 사람들을 전혀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 보니 고혈압 예방효과는 14%, 당뇨병은 13%, 심근경색은 21%, 뇌졸중은 2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땀 흘려 운동했을 때는 이 효과가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졌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하면 몸이 회복할 시간 없이 계속 피로가 쌓여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주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운동이 아무리 좋은 질병 예방법이라 해도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얘기다. 운동을 하면 평균적으로 2년 정도 수명이 늘어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2년을 운동에 쏟아야 한다는 조사도 있다. 수명의 길이보다 질을 생각할 때 운동의 유용성은 여전하다. 단 적정선을 전제로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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