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미란 ‘호저’
책 속 한 귀퉁이에 써놓은
작은 메모, 잉크가 바랬다
그 누구를 위해 써놓은 것일까
나, 오직 나를 위한 것이었다, 마치
내가 제법 오래 살아
다시 이 페이지를 보게 될거라는 듯이
그때는 그토록 경탄해 마지 않던 것을
지금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비교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듯이
꼬리에 먼지를 일으키며
궤도를 돌아 다시 오는 혜성,
그 교차로에서
한 때 무엇이었던 것이
지금 무엇인 것을 만나는 짧은 순간
잠시, 빛나고 있다
Marjorie Saiser ‘책 속의 메모‘ 전문
임혜신 옮김
오래 전에 읽던 책 속에 써 있는 희미한 메모를 발견하고 아, 정말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 하고 놀라는 일이 있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경탄, 경이, 신비 그리고 사색의 조그만 기록들. 세월이 지나 그 생생한 느낌들은 사라졌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오르며 우리들은 또 다른 사색에 잠긴다. 우리는 더 이상 젊지도 뜨겁지도 않다. 하지만 지나온 생을 한 발짝 멀리 떨어져서 더욱 깊고 느리게 바라보는 예지의 눈을 갖게 되지 않았는가. 혜성이 궤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찾아오는 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 찾아온 또 다른 경탄의 순간이다. 저 뜨거웠던 젊은 날의 고뇌나 열정으로는 결코 알 수 없을 그것을 신비한 상실의 빛이라 이름하여도 좋을 것 같다. 임혜신<시인>
<
Marjorie Sai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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