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 흑인 억만장자가 조지아의 흑인남자대학인 모어하우스 칼리지 졸업식 축사 도중 이 졸업생 근 400명의 학자금 빚을 전부 갚아주겠다고 밝혀 훈훈한 화제가 됐다.
상상을 초월한 통 큰 기부로 졸업생들에게 최고의 졸업선물을 안겨 준 주인공은 사모펀드이자 벤처 캐피탈 기업인 ‘비스타 에퀴티 파트너스’의 창업자이자 CEO인 로버트 F. 스미스. 그는 “졸업생들의 버스에 주유를 좀 해주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396명 졸업생의 학자금 빚을 전부 갚아주는 데 들어가는 돈은 4,000만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아무리 스미스가 45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수퍼리치라해도 학생들을 위해 4,000만 달러를 선뜻 내놓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크게 성공했음에도 흑인이기 때문에 그가 당해야 했던 편견의 설움에서 비롯됐을 지도 모른다.
스미스는 자신의 자가용 비행기를 타기 위해 댈러스 공항으로 차를 몰고 가던 도중 경찰에 의해 부당하게 정차 당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몇 년 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로서는 사회에 나가 온갖 차별과 맞서게 될 졸업생들의 미래가 걱정됐을 것이다. 그래서 학자금 빚 걱정이나마 덜고 열심히 꿈을 펼쳐 보라고 격려하는 뜻에서 선물을 건네지 않았을까 싶다.
스미스의 기부 소식이 전해지면서 ‘학자금 빚’이라는 이슈를 더 이상 방관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데이비슨 대학 공공정책 교수인 아이작 베일리는 CNN 기고를 통해 “연방정부의 학자금 빚 탕감 프로그램 거부율이 99%를 넘는다는 사실과 스미스의 기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빚 탕감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자금 빚은 더 이상 개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사회를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학자금 빚의 총액은 1조5,000억 달러로 10여 년 사이에 무려 3배나 폭등했다. 가계부채로는 모기지에 이어 두 번째 규모이다. 90일 이상 연체율도 11%에 이른다.
여기에는 ‘도미노 효과’가 뒤따른다. 지난해 학자금 빚이 있는 미국인 7,095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상당수 응답자가 “빚에 매몰돼 있다”고 호소했다. 19%는 이 때문에 결혼을 늦췄으며 26%는 아이 갖는 것을 미뤘다고 밝혔다. 당연히 주택 구입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학자금 빚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여파가 심각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학자금 빚은 대학의 자율과 학부모·학생들의 판단에만 맡겨 놓고 있기엔 너무 큰 문제가 돼 버렸다.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 실태 파악과 해결방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 학자금 빚은 내년 대선의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나오고 있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제안은 고교시절부터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대상 으로 하는 교육과 카운슬링을 통해 학자금 빚을 줄이는 선택을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관련 카운슬링 소프트웨어까지 개발돼 있는데 이 소프트웨어 사용 고교생의 40% 이상이 대학과 전공 선택을 바꿨다는 하버드대 조사도 있다.
무엇이 됐든 미래세대가 더 이상 학자금 빚의 굴레에 갇혀 허덕이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데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한 억만장자의 기부는 바로 그런 논의를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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