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선애‘코스믹 드림’
브롱스와 이스트 강변을 따라 젊은이들이 노래하고 있었지
그때, 나는 들었지, 지금도 들려오는 그 노래
사이렌 소리, 위협하는 그 비명 위로
밀리는 아침 차량들의 크락션 소리 위로
양키 스태디엄에 쏟아지는 뉴욕 관중의 환성 위로
수업 종소리와 하오를 밝혀주는 웃음소리 위로
털털거리며 달리는 전철 1, 2, 4, 5, 6, B와 D의 아우성 위로
아이스크림 트럭, 훈훈한 딸랑 소리 위로
몰려다니며 길에서 노는 아이들 위로
터져나가는 소화전 위로
거주 퇴거명령 라켓 위로
스며드는 이끼와 곰팡이의 속삭임 위로
하이 브리지와 145번가 브리지 위로
저녁 먹으러 들어오라고, 어두워지기 전에
어서 썩 들어오라 소리치는 엄마들 위로
어쩌면 결코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을 부르고 있는 그들 위로
깨어지며 쏟아져 내리는 밤과
가장 어두운 곳으로 내려앉는 어둠 위로
스태디엄을 맴도는 굿이어 타이어의 광고 기구 위로
이스트 리버와 브롱스를 따르는 해변
쓰레기를 맴도는 갈매기 위로
나는 듣네, 젊은이들의 노래를
동쪽, 영원의 평원을 향해
아침이 하늘의 별들을 지우고 있을 때
Ariel Francisco ‘브롱스와 이스트 강변을 따라 젊은이들이 노래하고 있었지’ 전문 - 임혜신 옮김
세계의 부와 지능이 집중된 맨해튼 위쪽에는 양키 스태디엄으로 유명한 브롱스라는 가난한 지역이 있다. 그 곳 코스탈 워러를 배경으로 흐르던 영맨들의 노래가 시인을 사로잡고 있다. 위험한 삶의 터전, 그 인간시장 위로 영원의 언덕을 향해 흐르듯 들려오던 노래. 전철의 시끄러운 소리, 경찰차의 비명, 퇴거명령 라켓, 아이를 부르는 엄마의 불안 위로 비현실적인 노래가 흐른다. 어둠은 왜 가장 어둔 곳으로 먼저 몰려드는지, 시인은 놓치지 않는다. 소외와 절망의 미명을 깨우며 사라지는 별들, 그러나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그 별들을. 브롱스의 노래는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에서 들려오는 뮤직보다 인간적이다. 낮아서 지극히 인간적인 것들 속에 신이 있다. 임혜신 <시인>
<
Ariel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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