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한 ‘무제’
어머니를 휠체어로 모시고 회천으로 갔다
밀고 끌고 턱 만나면 끌어올리며
겨우 바다에 왔는데
모래에 물린 바퀴가 앞으로 가지 못한다
모자에 마스크 쓴 어머니에게
검찰청 나가는 재벌 같다고
조카들이 깔깔거린다
경사진 백사장 끝에서
거품 물고 들락거리는 바닷물에
어머니 발 담그기가 어렵다고
다시 장흥 수문리로 갔다
수문리에 와서도 거센 물결까지 갈 수 없어
페트병에 바닷물 떠다 발에 부어드렸다
어머니는 고향 바다 보지 못하고
내가 사드린 고기 한 점 삼키지 못하지만
바람에 날리는 백일홍 다 헤아리듯
해방 나던 해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기억하신다
한여름 출렁이는 햇살 아래
마스크에 흰 모자 눌러쓴
가난한 재벌 앞에서
그녀의 남편과 아들과 손녀들이
깔깔깔 파도의 이랑 보고 있다
이창수 ‘가난한 재벌’ 전문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바다 나들이를 간 가족들의 모습이 훈훈하다. 페트병에 바닷물을 담아다 발을 적셔드릴 때 어머니에게 바다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대양처럼 아주 푸르고 시원하고 간지러웠고 무엇보다 행복하셨을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검찰청 불려가는 재벌 같다는 자손들의 우스갯소리와 웃음소리 속의 어머니는 큰 사랑의 부자다. 영혼이 찌그러진 재벌은 불행하지만 영혼이 순정한 어머니는 행복하다. 추억과 기억을 밀고 끌며 해안 가득 눈부신 햇살 출렁이는 가족들의 즐거운 하루가 날마다의 일상 속으로 따스하게 번져가길 빈다. 임혜신 <시인>
<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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