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휘부 ‘지오 시리즈’
서향은 얼마나 좋은 향이냐, 조금 뒤 아이들이 돌아오는 향
‘얘들아, 너희가 오니 삐걱이는 앞마당에 늦은 해가 오는구나’
속눈썹 길어진 아이들이 쌀을 씹고 매운 김치를 배우고
지는 해가 첫 해라는 서향집, 붉게 녹이 슨 양철지붕 밑
무릎 한 알, 무릎 두 알, 어깨 한 알, 어깨 두 알 널어놓고
노모는 ‘석양 아래 새끼들 밥 먹이며 사는 일이 평생이었다’고 말씀하시네
민왕기 (1978- ) ‘서향집 일기’ 전문
혹시 당신도 저녁 햇살을 좋아하시는지. 그늘이 조금씩 깊어지는 시간. 나무 아래로, 지붕 너머로 주홍빛 해가 한낮을 밀어내며 만상을 소소히 어루만지는 시간. 저 풋풋한 첫 어둠의 시간을 당신도 좋아하는지. 먼 기억의 마을, 쓸쓸한 서향집에 아이들이 돌아오고 여인들이 저녁을 준비하던 무렵. 훈훈한 짐승의 온기처럼 새끼들을 감싸주던 엄마가 계시던 석양의 풍경을 기억하는지. 눈부시지 않아 더 빛나던 사랑을 기억하는지. 이국의 부산한 퇴근길, 밀리는 차량들 너머로 문득 문득 스쳐가는, 눈물 같은 시간을 당신도 혹시 그리워하고 있는지.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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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왕기 (19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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