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민숙‘무제’
콩을 딴다, 야생 기러기들이 하늘을 날고 나는 콩을 딴다, 파란 완두콩, 난 이 콩들을 볶거나 얼리겠지. 잘 생긴 것들은 피클을 담게 될거야. 이웃에게도 나눠줄 수 있을지 모르겠군, 필요하다면 꼭,
기러기들이 가까이 와 아주 낮게 날아가네. 날개들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을 수 있고 꼬리에 달린 깃털을 미세하게 조종하는 것까지 볼 수가 있네. 바람을 타는 저 우아하고 매끄러운 흐름. 하늘의 파도타기. 추수가 끝나면 나도 남쪽으로 갈 지도 모르겠군. 누군가 푸에르토 바야르타가 좋다고 했지. 아주 싼 방이라도 좋아. 쌀과 콩으로 끼니를 때우고, 수영을 좀 하고 비치에 누워있기도 할거야
웃기는 소리군 차알스. 넌 겨울에 집을 떠나기도 싫어하잖아. 봄, 가을, 여름도. 그래 사실이지. 하지만 머리 위를 날아가는 야생 기러기를 보며, 견딜 수 없는 욕망이 내 몸 속을 유영하는 것을 느끼는 것이 너무 좋아. 그리고 다시 일을 시작하네.
Charles Goodrich(1951- ) ‘기러기’ 전문
임혜신 옮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메리 올리버의 유명한 시 ‘기러기’(Wild Geese)와 제목이 같다. 메리 올리버의 것이 구원의 명상시라면 이 시는 사람 곁에 머무는 현실의 시이다. 전자가 빛나는 영혼의 깨우침이라면 후자는, 깨우침 뒤에도 깨우침 전과 다름없이 삶이라는 문제적 짐을 지고가야 하는 소시민의 노래이다. 우리는 대개 콩을 따는 소시민이다. 일과 걱정과 그 어떤 꿈의 혼동 속을 살아가는 현실의 존재다. 명상과 초월은 밥을 보완할지언정 대신하지 못한다. 노동자이며 Zen 정원사인 시인이 일하다 올려다보는 견딜 수 없는 욕망의 하늘. 그것은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인간적 하늘의 하나이다.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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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Goodrich(19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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