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혜란 ‘도자기가 있는 푸른 풍경’
아직 밖은 어두운 새벽녘
커피를 들고 창가에 선다
신문을 돌리는 한 소년과 그의 친구가
길을 올라오는 것을 바라보며
늘 그렇듯이, 생각에 잠기면서
모자를 쓰고 스웨터를 입었다
한 소년은 어깨에 가방을 메고 있다
참으로 즐거운 그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마 할 수 있다면 그들은 서로
팔짱을 낄 것이다
아주 이른 아침
함께 무엇인가를 하는 그들
천천히 다가온다
밝아오는 하늘
달은 아직 창백하게 물 위에 떠 있다
참 아름다운 한 순간이다
죽음과 야망, 사랑까지도
끼어 들 수 없는
행복, 그것은 문득
찾아온다. 그리고
그 어떤 아침의 대화보다 진실로, 오래
떠나지 않는다
Raymond Carver ‘행복’ 전문 임혜신 옮김
지금은 사라진 지 오래인 풍경이다. 신문을 돌리는 소년, 혹은 우유 배달부. 몇 푼의 돈을 벌기 위해 어둔 새벽을 깨우며 달리던 그들은 이제 기억 속에서도 멀다. ‘내 생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거든. 누구나의 생이 그런 것처럼 그저 슬플 뿐이오.’라고 말했던 소설가로 더 잘 알려진 레이몬드 카버의 시 속에서 가난한 두 소년들이 행복이라는 짧고 아름다운 언덕길을 오르고 있다. 삶과 죽음, 야망과 사랑이 우리의 행복을 쥐고 흔들었던가? 아니다. 진정한 행복은 낮고 착한 순간에 문득, 문득 빛나오는 것이었다. 소년들의 티없는 우정이 잃어버린 우리 영혼 속의 순한 갈망을 부추긴다. 새벽 이른 공기처럼 빛나고 순수한 순간이다. 임혜신 <시인>
<
Raymond Car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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