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다시만든 대나무’
누가 이 세상을 만들었지?
누가 백조를, 흑곰을?
누가 메뚜기를 만들었지?
내 말은 바로 이 메뚜기를-
풀밭으로부터 날아올라
내 손 위에서 설탕을 먹고 있는 바로 이 메뚜기 말야
턱을 아래로 위로 좌로 우로 움직이고
커다랗고 미묘한 눈으로 세상을 응시하듯 둘러보는
그러더니 창백한 앞이마를 들어 얼굴을 깨끗이 닦고는
날개를 척, 펴고 날아가네.
기도가 무엇인지 난 잘 알지 못해
하지만 무엇인가에 눈을 줄줄 알고, 풀밭으로 떨어져 내릴 줄도 알고
풀섶에 무릎을 꿇을 줄도 알고, 그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축복을 누릴 줄도 알고
들판을 천천히 걸어다닐 줄도 알지, 그것이 하루 종일 내가 한 일.
말해 봐, 내가 더 무엇을 해야 한다면?
결국 모든 것은 죽어, 너무 일찍 안 그래?
말해 봐, 당신은 당신의 야생의 귀중한 생을
어떻게 살아갈 계획인지?
Mary Oliver‘여름날’ 임혜신 옮김
지난 목요일 자연과 명상의 시인 매리 올리버는 그녀가 몹시 사랑하던 자연과 시의 품으로 영원히 돌아갔다. 내가 살고 있는 플로리다에서 마지막 생을 보냈다. 그녀의 눈길이 닿으면 세상의 조그만 생명들은 풍요한 엑스타시로 깨어났었다. 천적과 먹이가 공존하는 야생의 세상을 경이라는 짧고 아름다운 천국들로 노래했던 그녀. 한국인들도 많이 사랑했던 그녀의 시들은 가장 낮고 가장 우주적인 환희로 승화된 풀잎의, 여치의, 작은 뱀의 기도이며 노래였다. 문득 명상은 몸에서 깨어나는 몸의 찬가인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랑하던 대자연의 품에서 편히 쉬시기를. 임혜신<시인>
<
김영미 / 월넛크릭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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