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영 ‘내밀한 움직임’
아주 오래전 시원에
사람과 동물이 함께 지구에 살았을 때, 그때는
사람은 짐승이 될 수 있었고
짐승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네
때로 사람은 사람이기도 했고 짐승이기도 했으니
그 둘이 별 다를 게 없었다네
모두 같은 언어를 썼다네
그 언어는 마술이었지
인간의 영혼은 신비한 힘을 갖고 있었다오.
우연히 던진 말이
아주 이상한 결과를 가져오곤 했다오.
언어가 갑자기 살아나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이루어지게 했으니까-
그냥 말만 하면 되었다네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지;
그냥 그때는 그랬다네
에스키모 구전노래 ‘마술의 언어’
임혜신 옮김
에스키모의 구전 노래인 이 시는 샤만의 노래였을 것이다. 하나 둘 언어가 인간의 몸과 영혼 속에서 태어나던 때, 그때는 필시 언어 속에 주술적 힘이 컸으리라. 얼마만한 간절함이면 첫 언어를 깨워냈을까. 지금 우리는 언어의 홍수 속에서 그 힘을 잃었다. 언어는 그저 의미 전달의 도구일 뿐. 너, 나, 사랑, 아픔, 죽음, 눈물 같은 단어들이 처음 탄생하던 저 시원의 마술은 사라졌다. 영육이 하나이던 단순함. 그것을 잃으면서 짐승성도 잃었고 신비도 잃었다. 부르면 다가올 듯한, 간절한 언어. 진실의 몸이 거는 말의 마술이 그립다.
<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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