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문 ‘모성’
외로운 이는
얼굴이 선하다
그 등대지기도 그랬다
그의 일과 중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일어나자마자 깃발을 단 뒤
한 바퀴 섬을 둘러보는 일,
잰 걸음으로 얼추 한 식경이면
그 섬을 일주할 수 있었다
나도 그런 곳에서
산보나 하며 살고 싶었다
한 식경이 너무 과하다면
몇 걸음 디디지 않아
이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어린 왕자의 알사탕 별일지라도
진이정(1959-1993) ‘등대지기’ 부분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이 시를 생각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이 시를 생각한다. 나는 선한가? 그렇다고 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다. 선한 얼굴에 가만, 영혼을 묻고 그리만 살고 싶은 적이 있었다. 그 얼굴 같이 착한 섬을 한 바퀴 산보나 하듯 둘러보며 살고 싶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상상의 섬. 상상의 얼굴. 잃어버린 꿈에서 깨어나 우리는 아침마다 일상의 깃발을 세운다. 의자를 돌려 석양을 맞을, 낮고 외롭고 큰 등대지기는 어디쯤에? 이대로 남은 꿈이나 꾸자. 풍요한 외로움과 아무도 해하지 않는 선함을, 산보와도 같이 착한 노동을, 낮고 겸허한, 잡을 수 없어 더 빛나는 그 착한 꿈을. 임혜신<시인>
<
진이정(1959-1993)>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