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층 구매의 95%가 카드와 앱으로, 전체 은행의 절반은 현금 취급 안 해
▶ 노년층·장애인 불만에 ‘속도조절론’도
스톡홀름 북쪽 100마일에 있는 가블레의 이케아 매장 카페. 매장 매니저는 현금 사용 고객이 1%에도 미치지 않게되자 지난 달 현금을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뉴욕타임스>
스웨덴만큼 빨리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해 나가는 나라는 없다. 현금은 급속히 사라지고 있으며 스웨덴 소매업자들의 절반은 오는 2025년 이전에 더 이상 현금을 받지 않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스웨덴 정부는 현금 없는 미래의 사회적 비용을 다시 산출해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추세를 적극 수용했던 금융당국들은 정부의 조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현금을 계속 취급하라고 은행들에 요청하고 있다. 스웨덴에서 현금이 사라질 것이라 전망했던 중앙은행은 통화 공급을 통제하기 위해 디지털 화폐인 이크로나(e-krona)를 시험 중에 있다. 의원들은 전자망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정전, 해커, 전쟁 등으로 서버들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온라인 페이먼트와 은행구좌 등에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 스테판 잉베스 총재는 “당신이 우리 입장이라면 팔짱을 끼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변화에 상응하기 위한 방식을 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사람들에게 얼마나 자주 현금을 사용하는지 물으면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인구 1,000만인 이 나라 사람들의 5분의 1은 더 이상 ATM을 사용하지 않는다. 4,000명 이상의 스웨덴 사람들은 자신의 손에 마이크로칩을 심었다. 기차여행과 음식 등 비용을 지불하고 열쇠 없이 사무실에 들어가는 데 사용한다. 식당과 버스, 주차장, 심지어 유료화장실도 현금이 아닌 클릭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소비자 단체들은 이런 추세 속에 은퇴자들과 이민자들, 그리고 장애인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전자 수단에 쉽게 접근할 수 없고 여전히 은행들과 그들의 고객서비스에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전은 국가의 주권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상업은행들이 더욱 커진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냥 현 추세를 방관할 게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고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스웨덴 의회 상임위 위원장인 마츠 딜렌은 말했다.
전 세계 도심 소비자들은 점점 더 많이 앱과 카드로 지불을 하고 있다. 젊은층의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된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모바일 페이먼트는 통상적이다. 유럽에서도 5명 중 한명은 거의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벨기에와 덴마크, 노르웨이의 신용카드 및 데빗카드 사용자수는 기록적인 수준이다.
스웨덴, 특히 젊은층은 이런 추세의 선두에 서 있다. 전체 경제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유럽의 10%와 미국의 8%에 비해 현저히 낮다. 금년에 단 한 번이라도 현금을 사용해본 적이 있다고 밝힌 소비자는 10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2010년 40%보다 크게 줄었다. 스웨덴 상인들 대부분이 아직은 현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히 18세에서 24세 젊은이들 사이의 수치는 놀랍다. 이들이 구매행위 중 95%가 데빗카드나 스위시로 불리는 스마트폰 앱으로 이뤄진다. 이 페이먼트 시스템은 스웨덴 대형은행들이 만든 것이다.
그런 가운데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여정의 속도조절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스웨덴 연금자 협회 회장인 금년 75세의 크리스티나 탈버그는 “컴퓨터와 아이패드, 아이폰 등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는 100만의 스웨덴 국민들이 있다”며 “우리는 디지털 추세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속도가 조금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은퇴자들에게 전자 페이먼트 방식을 교육시키기 위한 모금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선한 노력은 현금이 넘쳐나면서 난관에 봉착하기도 한다. 농촌지역에서 교육기금을 모금하면 노인들은 주로 현금으로 낸다. 그러면 담당자는 현금을 취급하는 은행을 찾아 한참 돌아다녀야 한다. 스웨덴 전국의 1,400개 은행지점 중 절반은 더 이상 현금예금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소비자들과 소매업자들에게 데빗과 크레딧 카드 사용을 장려함으로써 현금 없는 사회를 가속화시켜 왔다. 이런 방식은 은행들과 크레딧 카드 회사에 상당한 수수료 수익을 안겨준다. 이런 방식 가운데 하나가 스위시 스마트폰 앱이다.
스웨덴 은행들은 부분적으로는 안전문제 때문에 현금 취급을 줄여왔다. 지난 2000년대 초 스웨덴에서는 폭력적인 은행 강도사건들이 많이 발생했다. 특히 2009년 바스트베르가에서 발생한 헬리콥터를 이용한 은행 절도사건은 스웨덴 국민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도둑들은 G4S 현금보관소 천장을 뚫고 침입, 수백만달러를 훔쳐 달아났다. 이 사건은 넷플릭스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2008년 발생한 은행 강도사건은 210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단 2건이 발생했다. 최근 은행들은 현금기계를 거의 다 없애고 있다. 이 기계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게 은행협회의 설명이다.
현금 취급과 관련한 스웨덴 당국의 방안은 두 개다. 스웨덴 의회는 대형 은행들이 현금을 취급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대형 은행들은 현금 취급 요구가 자신들에게 부당한 부담을 안겨준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금 수요가 급속히 줄고 있는 만큼 현금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입법을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현재의 현금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년 중 새로운 디지털 화폐를 시험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국제통화기금도 최근 여러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화폐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 중앙은행 총재인 잉베스는 “이것은 현금에 대한 전쟁이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혁명적 움직임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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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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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이 없어지면 개인의 사생활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