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선희 ‘연날리기’
아마도 내가 여섯 살 때였을 거야
우리가 캐나다에서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폴렛과 개구리, 래리를
나는 날마다 그리워했지
나의 개미언덕을 다시 갖고 싶었어
내가 가진 것은 파란 코끼리와
매끈한 조약돌 몇 개 뿐
우리 집 근처 언덕 너머에서, 나는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지
날은 추워졌고
연기와 탕, 소리가 나는 장난감 총과
도넛을 손에 들고 있었지
작은 소녀가 옛집에 두고 온 친구 폴렛과 개구리 래리와, 하루 종일 들여다보며 놀던 개미들의 언덕을 그리워하고 있다. 파란 코끼리 장남감과 마블 조약돌만은 주머니에 넣어 가져왔지만 폴렛과 개구리와 개미언덕은 두고 올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리고 그때 소녀는 디아스포라적 인간존재의 근간을 떠도는 본향에의 그리움에 첫 발을 들여놓았던 거다. 같이 놀던 폴렛과 개미언덕은 잃어버린 본향을, 총과 도넛은 폭력과 유혹이라는 현실을 상징한다. 누구도 결국 벗어나지 못하는 생의 슬픈 프레임이, 수 십 년 후에도 다시, 어쩔 수 없어 슬프다.
임혜신<시인>
<
Margaret Lev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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