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의 엔진격인 핵심 정보·기술(IT) 종목들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뉴욕증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른바 ‘팡’(FA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5개 종목은 모두 약세장에 진입했다. 52주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통상 약세장으로 분류한다.

애플(4.78%), 아마존(1.11%), 넷플릭스(1.34%) 등은 20일에도 내렸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 사상 최장기간 강세장을 주도했던 팡의 전성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시가총액 1위 애플은 올해 신형 모델인 아이폰XR과 아이폰XS, 아이폰XS MAX의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는 월스트릿 저널(WSJ)의 보도가 나오면서 이날 주가가 급락했다.

전고점 대비 24.2%의 하락률이다. 애플을 제외한 다른 FAANG 기업의 주가는 이미 약세장에 진입한 지 오래다. 페이스북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와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자(COO)간 불화설이 보도된 후 이날 주가가 폭락하며 전고점 대비 39.4%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개인정보유출 사태에다 저커버그 CEO의 리더십 논란까지 더해지며 주가가 거의 반토막난 셈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과 아마존의 주가도 각각 전고점과 비교해 19.5%, 27.1% 하락한 상태다. 특히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이날 52주 전고점 대비 주가 하락폭이 36.9%로 커지면서 ‘데드크로스’(dead cross)까지 발생했다.

데드크로스는 단기 추세를 보여주는 ‘50일 이동평균선’이 중기 추세선인 ‘20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내려갔다는 의미로 하락장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마켓워치는 “FAANG 5개 종목 가운데 아직 데드크로스가 발생하지 않은 종목은 애플과 아마존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강세장을 이끌었던 FAANG의 몰락은 이날 뉴욕증시를 또다시 크게 흔들었다.

20일 다우지수는 2.21%, S&P 500지수는 1.82% 하락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70% 급락했다. LEK증권의 판매·유통 디렉터인 프랭크 데이비스는 “급격히 쏠리던 (투자자들의) 심리는 사라졌다”며 “(투자자들의) 감정이 너무 극적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월가에서는 미국발 금리 인상에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져 당분간 기술주 하락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해 FAANG의 몰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해는 S&P500지수에서 기술주 섹터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지만 올 들어 52주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해 조정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심지어 지난달에 이어 이달까지 네 차례의 뉴욕증시 폭락은 FAANG 급락 때문이었다.

투자회사 TD 아메리트레이드의 수석 시장전략가인 JJ 키너핸은 “투자자들이 무역 불확실성과 내년 구매력 둔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술주 가격을 재산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레그 루켄 루켄 인베스트먼트 애널리틱스 CEO는 “연말로 갈수록 기술주 하락세를 더 보게 될 것”이라며 “하락한 (기술) 주식들이 더 많은 매도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