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나 정 ‘무제’
나는 노트북의 한 장을 뜯어내고자 했지, 하루, 혹은 빛나는 며칠을, 기꺼이 거기 살기로 했지 마치 나 혼자만이 살아있고, 목이 마르고, 시간을 초월하고, 그리고 충분히 젊다는 듯이, 그래서 이런 일을 한 번 더 할 수 있다는 듯이, 잃을 것도 별로 없었으며 빛 속에서 자신의 잠재적 죽음조차 느낄 수 있다는 듯이. 그것은 영적인 것이라 생각했지, 그럴 수 있었겠지, 그런 마음을 달리 이름 할 방법을 알지 못했으니까. 나는 그것을 시, 라 불렀지. 하지만 그것은 살이고, 시간이고, 빵이고, 친구였지. 또 다른 하루를 또 그렇게 살고 싶을 만큼, 또 한 장을 찢어 낼 만큼, 충분히 자유롭고 충분히 겁을 먹은
Eileen Myles, ‘노트북 1981’ 전문
임혜신 옮김
청춘과 시가 함께 뒤섞여 이 짧은 산문시 속에서 살아있는 듯 서로를 정의하고 있다. 자유이며 순수이며 욕망인 청춘은 그 자체로 시다. 그 시는 영혼이라는 초월의 세계가 아니라 육신이라는 초월의 세계다. 인간의 따스한 살이고 세월이고 먹을 수 있는 빵이며 친구라는 지상의 시이다. 몸을 가진, 그리하여 자유롭고 또 두려운 그것은 생에 모든 걸 바쳐 전념한다. 잠재적 죽음조차 살아서 뜨겁던 시간들. 하루하루가 노트장처럼 찢겨져 나가도록, 그렇게 버려질 수 있을 때까지 몹시도 살고 싶었던, 이것이 당신의 1981년 혹은 1975년 혹은 그 언젠가의 기억이 아닌가. <임혜신 시인>
<
Eileen My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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