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재광 ‘타임캡슐’
푸른 퍼즐 조각 이르게 떨어지는 저녁 호수
나는 간신히 여행에서 돌아왔네
시간은 검은 초콜릿처럼 사라져
아름다웠던가 기억할 수 없네
왜 사라지는 것에만 심장을 바치는지
우리는 잘못 만들어진 타자였을까
문틈으로 신비를 밀어 넣은 의도를 알지 못한 채
생의 태엽 안에 더욱 사납게 감기고 말지만
이제부터 시작될 소멸의 경험에
이번엔 슬픔으로 또 눈이 부실 것이네
꿈의 문은 닫히지 않고 영원히 나와 경주할테지
이를 수 없는 것들 별이 되고
예언을 덜어내고 사라진 상자
신은희 (1959- ) ‘사라진 상자’ 전문
저녁햇살이 푸른 퍼즐조각처럼 떨어지는 호수의 정경이 투명하다. 문제를 풀만한 단서들은 다 사라져버리고 조각들만 흐르는 미완의 세계다. 사라진, 덜어낸, 혹은 지워진 곳에 피어난 그 푸른 혼미를 우리는 신비라 부른다. 사라져버린 초콜릿처럼 아직 맛보지 못한 생의 조각들은 어디로 간 걸까? 여행, 방랑, 혹은 우울에서 돌아온 화자의 저녁 호수에 삶이라는 소멸의 조각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 조각이 많을수록 세상은 은유의 베일로 아름다운 것일까. 혹은 아닐까. 예언을 조금 던져주고 상자는 사라지고, 부서진 예언을 받아 든 물결 위에 슬픔의 별이 뜬다. 임혜신<시인>
<
신은희 (1959- )>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