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펫 배거’(carpet bagger)는 19세기 미국 남북전쟁 후 패배한 남부로 이주한 북부인을 일컫는 말에서 유래했다. 카펫 천으로 만든 가방에 짐을 싸들고 남부에 도착해서 착취하던 백인 공화당원을 가리키던 이 말은 20세기 이후에는 ‘지리적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정치적 직책을 구하는 뜨내기 출마자’를 표현하는 데 사용되어왔다.
얼마 전 ‘카펫 배거’라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과잉 대응한 사건으로 부에나팍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한인 후보가 크게 어려움을 겪었다. ‘카펫 배거’ 사인판을 직접 제거하다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에 앞서 ‘카펫 배거’ 사인으로 뼈아프게 당한 사람이 있다.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이다.
강 전 시장은 2016년 가주 민주당과 주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주 상원의원직에 도전했으나 6월 예비선거에서 낙선했다. 그가 고배를 마신 배경에는 라이벌 후보가 펼친 ‘카펫 배거’ 네거티브 캠페인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시장은 맞대응을 피하고 선거 사인판 크기가 가주 공정정치위원회(FPPC)의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고발했지만 철거 판정이 나오기까지 3주나 걸려 캠페인의 골든타임을 허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캠페인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선거 막판이 되면 ‘사인 전쟁’(sign war)이라고 불리는 선거 홍보팻말을 둘러싼 신경전이 극심해진다. 수년전 오렌지카운티의 한 한인 후보의 경우는 아버지가 ‘팻말’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아들을 비방하는 상대후보의 팻말을 보고는 분노해 사인을 뽑다가 적발된 것이었다. 비방 사인도 문제이지만 합당한 사인도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오늘 꽂아놓으면 다음날 없어지고, 다시 꽂아도 또 뽑혀서 버려져있고, 사인을 훼손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사인 전쟁은 선거 중 다반사로 벌어지는 일이다. 누가 했다는 물증이 없으니 신고할 수도 없고, 자연히 분노가 쌓이면서 상대 후보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게 되는데 이때가 아주 주의해야할 때라는 것이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처음 유세에 나선 후보가 정치판에서 뼈가 굵은 후보와 붙을 경우 바로 이 네거티브 캠페인에 말려들어 낭패를 보기 쉽다고 한다. 이들은 상대방의 허점을 파고 들어가 조직적으로 공격하고, 여하한 꼬투리라도 잡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따라다니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고, 당연히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 더 몰리게 된다. ‘카펫 배거’ 사인이 붙었다는 것은 상대 후보가 그만큼 위협을 느낀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한인 후보들에게는 이 “네거티브 캠페인보다 더 무서운 것이 하나 있다”고 강석희 전 시장은 말한다. 선거에 대한 한인들의 무관심과 저조한 투표율이 그것이다. 아시안 중에서도 한인 투표율이 항상 가장 낮다고 개탄한 그는 “한인들은 자신과 직접 관계된 일이 아니면 무관심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정치력 신장의 필요성은 누구나 이야기하지만 한인 정치인을 배출할 수 있는 투표의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혹시 이번 사건으로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네거티브 캠페인에 발끈한 부에나팍 지역 한인들이 단합하여 투표소로 향하는 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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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은 한인을 지지해야 합니다. 한인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충분합니다. 우리 힘은 우리가 키워야 합니다. 내 한 표가 우리 힘이 됩니다. 이유 없이 투표에 참여합시다.
백인 속에서 48년을살면서 그들의생각을 짐작하건대, 동양인피가 대부분인 인디언 나라였는데도 자기들이 힘들게 노력해 만들어놓은 나라에와서 자기들보다 더 잘되어 가는게 속으로 몹시 불편하고 혹자는 화까지 품고살지요, 투표의힘으로 맞서지 아니할땐 앞으로 얼굴 모양 색 머리색까지 다른 우리를 동양인 들의 다음세대를 어떻게대할지 보지아니해도 알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