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음악인들이 자주 연주회를 갖는 공연장 중에 지퍼 홀(Zipper Hall)이 있다. 과거 윌셔 이벨극장(1,266석)을 한인들이 전세 내다시피 했던 시절이 있었으나 요즘은 그보다 규모가 작고(415석) 첨단시설을 갖춘 지퍼 홀을 더 애용하는 추세다.
길 건너편에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과 더 브로드 뮤지엄이 있고 모카 현대미술관이 바로 붙어있는, 문화의 거리 그랜드 애비뉴 명당자리에 위치한 지퍼 홀은 단독 운영되는 공연장이 아니라 예술학교 콜번 스쿨(Colburn School)에 부속된 3개 홀 중에서 가장 큰 콘서트홀이다.
아직 널리 알려지진 않았으나 콜번 스쿨은 LA가 자랑하는 음악과 무용예술 영재학교다. 특히 뮤직 콘저바토리는 미국 내 유수 음악대학으로 급성장해 미국 내 10대 음악전문학교의 하나로 꼽히면서 ‘서부의 줄리아드’로 불리기도 한다.
이 학교는 1950년에 USC의 음대 부속의 예비학교로 설립돼 슈라인 오디토리엄 건너편에 위치해있었으나 1980년 USC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했다. 그리고 1985년 리처드 D. 콜번이 거액을 기부함에 따라 그의 이름을 따서 콜번 스쿨이라 개명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아직도 콜번 스쿨을 USC와 연관 짓는데 지금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학교다.
이 학교에는 4개 프로그램이 있는데 18세 이하 청소년 예술교육학교(Community School of Performing Arts), 음악 영재들의 준비학교(Music Academy), 음악 전공자들을 위한 콘저바토리(Conservatory of Music), 그리고 댄스 아카데미가 그것이다.
이중 콘저바토리가 빠른 시간에 줄리아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음악의 명문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세계 정상급 교수진과 최고 수준의 학생 선발제도도 그렇지만 모든 학생에게 기숙사비를 포함한 전액 장학금을 제공하는 특전 때문이다. 일단 입학만 하면 모든 것을 학교에서 해결해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쟁률이 높아서 25명 선발에 500여명이 몰려드니, 줄리아드보다 입학이 어렵다는 말은 괜히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학생의 약 10%가 한인이고, 전체 교수진 150여명 가운데 한인 교수가 7명, 총장인 셀 카단(Sel Kardan)의 아내가 한인 미카 윤씨여서 이래저래 한인들과 인연이 많은 학교라 하겠다.
이 콜번 스쿨이 1998년 첨단시설을 갖춘 현재의 캠퍼스로 옮긴지 올해로 20주년이 되었다. 이를 기념하여 지난봄 야심찬 캠퍼스 확장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디즈니 콘서트홀에 버금가는 연주장을 갖춘 세계적인 시설의 캠퍼스를 바로 인근에 짓기로 한 것이다. 디즈니 홀의 건축가(프랭크 게리)와 음향전문가(야수히사 토요타)가 팀을 이뤄 짓는 1,100석의 콘서트홀이 다운타운 지척에 또 하나 생기는 셈이다.
콜번 오케스트라는 20주년 시즌을 화려한 프로그램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바로 엊그제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에프의 지휘로 축하 갈라 콘서트가 디즈니 홀에서 열렸고, 11월에는 피아니스트 장 이브 티보데와 첼리스트 고티에 카푸송의 매스터 클래스도 있으며, 계속해서 유명 연주자들의 공연이 내년 5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그뿐 아니다. 바로 얼마 전에는 LA 필하모닉의 계관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이 이 학교의 패컬티로 조인해 젊은 지휘자 양성 프로그램을 총괄한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LA는 더 이상 문화예술의 불모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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