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는 거리를 내려갔지
층계를 따라서,
그냥 상상해 봐,
층계를 따라서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아는 사람들
그들은 나를 지나가고 나는
그들을 지나갔지
후회,
그들이 어떻게 걷는 가를
보지 못한
후회!
그리고 모든 것이 있는 그 가게로 나는 들어섰지:
램프의 유리가 빛나고 있었어.
나는 누군가를 보았지- 앉아 있던 그-
무엇을 내가 들었느냐고? 무엇을 들었느냐고?
가방들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
그리고 있지
있지
나는 돌아왔어
Miron Bialoszewski(1922-1983) ‘마켓 발라드’
임혜신 옮김
돌계단이 있는 비탈진 좁은 골목 저 위 어디쯤 살고 있는 가난한 한 남자가 마켓에 간다. 돌계단도 좁은 골목도 가난도 나의 그저 그럴듯한 상상적 설정이다. 그의 발걸음이 아이처럼 경쾌하다. 지나가는 사람이나 풍경에 시선을 주지 않지만 그는 그것들을 통째로 느끼고 있다. 하나 하나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울 만큼 스쳐가는 이웃과 풍경들을 몸의 느낌으로 껴안고 있다. 그는 누구일까? 그는 행복한 자다. 행복한 자만이 지루하고 소소한 일상을 경쾌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의 모습과 대조되는 고요한 유리 램프는 발랄함의 내부를 낮고 풍요하게 확장시킨다. 그에게 애인이라도 생긴 걸까? 하는 시시한 생각이 들만큼 생의 한순간을 위한 발라드가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임혜신<시인>
<
Miron Bialoszewski(1922-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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