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야르 한센(오른쪽)이 동생과 함께 저격수를 피해 바위 밑으로 피신했다.
2011년 7월22일 노르웨이의 여름캠프 섬 우토야에서 일어난 극우파 인종차별주의자 안더스 베링 브레이빅의 살육사건을 다룬 스릴러 드라마로 ‘블러디 선데이’와 ‘유나이티드 93’ 등에서 북아일랜드의 유혈폭동과 9/11 테러를 다룬 영국의 폴 그린그래스 감독(각본 겸) 작품이다. 우토야 사건에서 사망한 사람은 총 77명으로 절대 다수가 어린 학생들이었다. 부상자는 이보다 더 많았다.
그린그래스는 액션과 스릴을 긴장감 가득하게 다룰 줄 아는 감독인데 이번에는 박력감이 다소 약하다. 거의 기록영화 식이어서 뉴스필름을 보는 것 같은데 이런 영화가 갖춰야 할 통렬하고 열정적인 감정을 느끼기가 힘들다. 그러나 볼 만은 하다.
영화는 세 갈래로 나뉘어 서술된다.
첫째는 브레이빅(안더스 다니엘슨 리에)의 살육, 둘째는 여기서 큰 부상을 입고 살아남은 고등학생 비야르 한센(요나스 스트란드 그라빌)의 후유증 그리고 마지막은 브레이빅의 재판.
먼저 7월21일 브레이빅이 무기와 폭발물을 밴에 싣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밴을 오슬로의 수상 사무실과 정부청사가 있는 지역에 주차한 뒤 폭파시킨다. 이는 우토야 살육을 위한 교란작전이다.
이어 브레이빅은 우토야에 도착해 학생들과 지도교사들을 무차별 사살하는데 그가 무감정한 얼굴로 총기를 난사하는 모습이 마치 사냥꾼이 짐승을 사냥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 장면이 끔찍하긴 한데 너무 도식적으로 묘사해 안으로 격한 기분을 느끼게 되진 않는다.
여기서 한센은 동생을 구하고 자기는 뇌를 비롯해 온 몸에 총상을 입는다. 중간 부분이 다소 지루할 정도로 한센의 회복과정과 좌절감과 분노와 살아남았다는 회한 및 가족과의 관계로 이어진다. 그린그래스는 인종화합을 그리기 위해 한센과 살육에서 살아남은 아랍계 소녀와의 사이에 로맨스 기운까지 가미했지만 잘 어울리지 않는다.
마지막은 브레이빅의 재판. 그는 자신의 소신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법정에 선다. 브레이빅은 자기가 악몽 속의 괴물이 아니라 전쟁에 나간 군인이라고 주장하면서 다인종화 하는 노르웨이의 현실을 냉정히 비판한다. 그리고 증인으로 한센이 출두한다. 그의 증언이 감동적이다. 볼 만한 것은 리에의 연기다. 차갑게 생긴 얼굴에 감정을 일체 숨기고 마치 살육을 사무 보듯이 하는 그의 연기는 겁이 날 정도다. 그라빌도 차분하다.
Netflix.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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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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