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철수의 음악캠프‘ 출연…MBC FM4U 8시간 연속 조용필 헌정방송
▶ 음악계 100인 선정 조용필 명곡 1위는 ‘단발머리’…본인은 ‘꿈’ 꼽아
'가왕' 조용필(68)은 50주년 소감을 묻자 여느 때처럼 "덤덤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앞으로 들려줄 새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식지 않은 창작 의지를 나타냈다. "하고 싶은 음악은 많은데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 못하니 억울하기도 하다"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봐야 후회를 안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19일 오후 6시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생방송에 출연해서다.
이날 출연은 MBC FM4U가 개국 기념일을 맞아 기획한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 헌정방송 '조용필 그 위대한 여정'의 일환으로 성사됐다. MBC FM4U는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속해 가수와 프로듀서, 음악 관계자 100명이 뽑은 조용필 명곡을 들려줬으며 오후 6시부터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통해 2시간 동안 조용필 인터뷰를 내보냈다. 조용필이 라디오에 출연하기는 2003년 이후 15년 만으로, 방송이 시작되자 그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50주년 기념 투어 중인 조용필은 "사실 공연보다 신곡이 더 애절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진짜 50년이 왔나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기도 하다"며 "미국, 영국, 북유럽, 러시아 음악까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못하니 억울하기도 하다. 음악이라면 다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음악적인 소신은 소탈하지만 뚜렷했다. 그는 "히트의 3대 요소가 멜로디, 가사, 시대성이라고 한다"며 "대중음악은 멜로디가 쉽고 가사가 편해야 한다. 나에게 가사가 와 닿으면 듣는 사람에게도 가 닿는다"고 말했다.
공연과 앨범 등 뭔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신경을 쏟다보니 외로움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처음에는 혼자 있으면 뭔가 부족했는데 한참 지나니 그게 없어지더라고요. 사별한 지 15년이 됐는데 공연 때문에 바쁘고 고민도 많고. 이런 것들이 제 개인적인 걸 없어지게 한 것 같아요. 성격이 일이 없어도 바빠요. 하하하."
이번 특집을 위한 설문 조사에서 음악계 100명이 뽑은 명곡 1위는 '단발머리'였다. 그는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노래를 꼽아달라"는 배철수의 요청에 "미치겠다"며 고민하더니 '꿈'이라고 답했다.
그는 "여러 형태로 설문 조사한 것을 봤는데 '단발머리'는 늘 상위권에 있었다"며 "어떨 땐 '꿈'이, 최근 곡인 '바운스'는 3위 안에 꼭 들었다. 1, 2, 3위 중 '꿈'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조용필은 데뷔 시절 밴드의 기타리스트에서 우연히 노래를 부르게 된 과정, 1976년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뜨며 이름을 알린 시절, 방송 중단을 한 이유 등 지난 이야기를 들려줬다.
1968년 록그룹 애트킨즈로 출발한 그는 파이브 핑거스, 김트리오 등의 밴드를 거쳤지만 트로트 곡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취입하면서 반향을 얻었다.
그는 "내가 고른 음악이 아니라 레코드사에서 불러달라고 한 것이다. 반강제였다"고 웃으며 "내가 하던 음악과 결이 달랐는데 그게 히트했고 모든 환경이 바뀌었다. TV 출연 요청이 많아지고 얼굴과 이름이 알려졌다. 이 곡은 나중에 일본에서도 유명한 곡이 됐다"고 기억했다.
1982년 일본에서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큰 인기를 끌자 그는 비틀스가 공연한 일본 부도칸에서 1984년 아시아 가수로는 처음으로 콘서트를 열었다. 당시 조용필의 일본 공연 회사인 교도도쿄 고위 관계자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조용필 씨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큰 다리를 놓은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1980년대 방송사 연말 가수왕을 휩쓸던 그는 1991년 13집 '꿈' 활동을 끝으로 1992년부터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콘서트 무대로 돌아갔다.
그는 "미국에 가서 비틀스, 롤링 스톤스가 보고 싶어 TV를 켜도 안 나왔다"며 "일본에 갔는데 유명 가수가 누구라던데 역시 방송을 안 한다더라. 거기서 나름의 충격을 받았다. 또 연말이면 가요대상에 대한 부담도 있어 TV를 중단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조용필이 1991년 MBC 라디오에서 진행한 프로그램 '조용필의 나이트쇼' 육성 파일과 1993년 그가 부른 MBC 로고송이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당시 프로그램에서 조용필은 "보통 가수들이 우측 손으로 마이크를 잡는데 전 기타를 쳐서인지 왼쪽으로 잡아야 노래가 나온다"고 습관을 얘기하기도 했다.
그는 "들으니까 기억이 난다"며 "내가 DJ를 한 게 믿어지지 않는다. 당시 1주일에 한 번 방송이었는데 일본에 왔다 갔다 하면서 어떨 땐 스케줄 때문에 한 달 치를 미리 녹음하고 갔다. 술김에 대답해서 반강제 비슷하게 했다"고 웃었다. 배철수가 DJ를 다시 해보라는 제안에 "난 라디오 체질이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조용필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사이, 그가 선곡한 팝도 흘러나왔다. 그는 이매진 드래곤스의 '잇츠 타임'(It's time), 스크립트의 '플레어스'(Flares), 폴 매카트니의 '마이 발렌타인'(My Valentine) 등 평소 즐겨 듣는 노래를 선곡했다.
자신에게 영향을 준 아티스트로는 기타리스트를 꿈꾸던 시절에 흉내 내던 벤처스를 비롯해 핑크 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길모어, 비틀스 등을 꼽았다.
방송 말미, 이루고 싶은 계획으로 평소 말하던 대로 뮤지컬 제작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내 노래로 뮤지컬을 만들 것"이라며 "일반적인 러브 스토리라든지, 내 얘기가 아닌 어떤 이야기에 내 노래를 입혀 만들고 싶다. 스토리를 공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작업 중인 20집에 대해서는 "장르는 따지지 않는다"며 "내년 1월부터 시작해 4~5월에 집중적으로 작업한 뒤 내년 중 낼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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