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태자,‘#82’
초여름이면 포도가 서서히 익어간다
농부는 포도에 신문지로 만든 봉지를 씌운다
빼곡히 적힌 기사들
푸릇한 포도송이에게도 철지난 신문이 배달되었다
세상에 무슨 일들이 일어났을까?
시끄러운 사건들이 포도알에 박힌다
푸른 눈알을 반짝여 본다
기름 냄새에 절은 눈알들
무엇일까? 무엇일까?
까막눈으로 읽고 또 읽고 …… 달포가 지나
오늘 신문에 자신이 주인공이 된
<**포도축제> 기사가 크게 났다
머지않아 그에게도 사건이 일어날 것 같다
감싸고 있던 신문기사를 북북 찢고
시끄러운 세상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다
박재희(시집‘쟁기’)‘포도가 신문을 읽다’ 전문
가을의 문턱에서 포도가 익어가는 초여름 벌판 풍경을 읽는다. 신문으로 만든 봉지를 쓴 포도들이 본의 아니게 빼곡히 적힌 깨알 같은 신문기사들을 읽는다. 사람이라면 분도도 하고 한숨도 쉬겠지만 고것들은 신기한 듯 맑고 푸른 눈망울을 반짝인다. 신문에 날만한 일들 중에 좋은 일들이 뭐 있겠는가. 기름 냄새에 갇혀서도 탱글탱글 익어가는 포도의 소식이 그중 즐거운 소식이겠다. 포도는 힘든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우리의 아이들 같다. 아이들아 포도야, 시끄러운 세상이야기 속에서도 부디 튼튼하게 커가렴. 임혜신<시인>
<
박재희(시집‘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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