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애,‘Garden #1’
돌아가신
아버지의 셔츠를 빤다.
마지막이다.
땀 냄새가 난다.
이 땀을 나는 기억한다, 어린 시절부터,
수년 동안 나는
나는 아버지의 셔츠와 속옷을 빨아왔다,
작업장에 있는 쇠난로
위에서 옷을 말렸었다
다림질 하지 않은 이 셔츠를 아버지는
입으셨을거다
이 세상 모든 몸들 중
동물, 사람 중
단 한 사람이 흘린 땀
나는 그 냄새를 숨쉰다
마지막으로,
셔츠를 빨면서 나는
그 냄새를 지우는 것이다, 영원히,
아버지는 이제, 그림 속에만
살아계신다, 오일의
냄새가 나는
Anna Swir(1909-1984) ‘빨래’
임혜신 옮김
이 시를 읽기 전에는 세상을 떠난 이의 옷을 빠는 일이 그 사람이 남긴 마지막 냄새를 지우는 일이란 것을 생각한 적이 없다. 시를 읽으며 정말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형언하기 힘든 허전함이 밀려온다. 지운다는 것은 기억한다는 것이기도 한 것일까. 아버지의 냄새를 마지막으로 호흡하는 딸의 모습이 눈물겹다. 이제 지상에서 아버지의 냄새는 영원히 사라졌고 오일 냄새가 나는 초상화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시인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아버지를 돌보았던 것 같다. 그런 그녀의 죽음은 그 누가 또, 이렇게 지우며 기억했을까. 임혜신<시인>
<
Anna Swir(1909-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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