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혜명,‘Camellia’
심장으로 피를 되돌리는 건 발이다
대부분의 날들은 발의 연가에 귀먹었다
목젖 밑까지 설움이 차오르는 날
머리를 감다가
물이 얼마나한 위무의 큰 얼굴인가를 들여다 본 자
대야 속으로 더운 눈물을 빠뜨려 본 자
이제 들어 봐, 쿨쿨 토하는 밑바닥 노래
고해소 사제의 캄캄한 방처럼
지하로 열린 저 환한 핏줄
네가 흘려버린 것들 주워 담는 대로
세차게 빛으로 달려가는 거대한 세탁장
펌프, 박동소리 들어 봐
뒷덜미에서 발가락까지 후끈 달아오르는
붉은 수치 식히는 알몸을 위해
젖소의 유방에 다시 흰 젖이 차오르기를 기다리는
牧夫의 더운 마음으로
묵묵히 토관을 빠져나가는
발바닥 아래가 너를 견디는 노래
조정인(1953- ) ‘하수구 연가’ 전문
생명을 떠받쳐주는 것은 맑고 깨끗한 것들이 아니라 어둡고 더러운 것들이었나 보다. 지상의 병과 우울과 고단함을 씻어내 스스로 더러워진 물은 어둡고 긴 토관 속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그냥 흐르는 게 아니다. 버려진 물은 그 물을 버린 사람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쿵쿵쿵 노동한다. 흰 젖을 지상으로 품어 올리려는 저 튼튼한 심장. 하수구는 양치기처럼 순하고 사제처럼 진지하고 세탁장처럼 건강하기도 하다. 더럽고 냄새나는 하수구가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생명의 핏줄이었던 것이다. 이 세상 낮은 곳에 거주하는 모든 보이지 않는 힘들처럼 말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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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인(19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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